사회
[단독] "彈은 막았는데 彈核은 결국 못 막았네"…朴 전 대통령 가문 모셔온 집사의 눈물
입력 2017-03-10 13:52  | 수정 2017-03-10 15:02
[사진출처 = 이상렬 회장 페이스북]

지난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국립중앙극장. 광복 29돌을 기념하는 박정희 대통령의 축사를 뚫고 장내를 뒤덮는 총성이 울렸다. 저격범은 재일교포 청년 문세광. 한 발의 총알은 육영수 여사를 향했고, 나머지 한 발은 박 대통령을 가리켰다. 그가 쏜 두 번째 탄환을 본능적으로 막아선 이가 있으니 박 대통령의 장군 시절 부관이었던 이상렬 경호수행 과장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몇 시간 앞둔 10일 오전. 43년 전 '총알(彈)'을 막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켰던 노신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기념·도서관의 사무실에 앉아 홀로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씨가 소유한 EG그룹 계열의 EG건설 회장직을 맡다 퇴임한 후 이 곳서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오래 전 박 대통령 가문을 지켰던 이상렬 전 EG건설 회장은 이날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보다 '탄핵결정'이 발표되자 끝내 눈물을 떨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그의 부모인 박정희·육영수 부부의 기구한 운명을 모두 두 눈으로 지켜본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진보나 보수나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다 똑같은 거 아니냐"며 "사드 문제니 경제 문제니 외치에 집중해야 할 이 때에 대통령을 흔들어서야 되겠냐"고 한탄했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뢰하는 몇 안되는 최측근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육영수 여사의 피격 사건 때 박정희 대통령을 몸으로 감싸 안으며 방탄 연단 속으로 밀어 넣은 '육탄 방어'는 이 전 회장을 향한 박 대통령 가문의 신뢰에 바탕이 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 3개월간 빠짐없이 태극기 집회를 찾았다고 했다. 마이크를 잡고 대중 앞에 서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조용히 음지에서 대통령을 위해 일 해야 한다"고 한사코 권유를 뿌리쳐 왔다. 헌재의 탄핵 결정 하루 전인 지난 9일 이 전 회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몇 개월 동안 생각을 많이 했을 테니까 남은 기간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실낱같은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이날 오후 11시로 깨어졌다. 이 전 회장은 "잘못된 여론 조성으로 결국 대통령이 쫓겨나게 됐다"며 "전 정권이 해내지 못한 정책을 박 전 대통령이 많이 해냈는 데 송두리째 무너질까봐 두렵다"고 한탄했다.
이번 탄핵 결정으로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주변의 우려는 이 전 회장에겐 큰 짐이다. 이 전 회장은 "어떻게 따님하고 아버님하고 같이 묶어서 평가할 수 있냐"며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따님과 전혀 무관한 일로 기념사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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