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 심판 결정을 하루 앞둔 9일, 국무총리실은 대통령 탄핵의 '인용'과 '기각'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대비하며 조용하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을 앞두고 당일까지 아무 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던 것처럼 총리실은 10일 일정을 비워둔 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취소하고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해 간담회를 가졌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탄핵 결정에 따른 정치·경제·사회 분야별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다음날에도 황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간담회를 통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며 "이번 자리 역시 이와 비슷한 의미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총리실은 '인용'과 '기각'이라는 탄핵 시나리오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하며 모든 국정 운영의 중심이 다시 청와대로 넘어간다. 정부 소식통은 "탄핵이 기각되면 총리실에서 준비할 것은 많지 않다"며 "권한대행 기간 국정 처리 사항을 정리한 사무 인계서 정도만 보고하면 된다"고 전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됐을 당시 고건 전 권한대행은 대통령 부부와 청와대에서 만찬을 갖고 권한대행 기간 국정 운영 사항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황 권한대행 역시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차기 대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 때와 비슷한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무회의를 개최해 국방·외교·치안을 중심으로 국정운영 상황을 점검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국내외 안보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공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덜고 광장으로 나설 국민들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총리실 소식통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국민의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일련의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기 대선 역시 중요한 변수다.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에 따르면 탄핵이 인용된 후 60일 이내인 5월 9일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또 ‘대통령 궐위에 따른 재선거의 경우 선거일 50일 전까지 대통령이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황 권한대행은 늦어도 오는 20일까지 대선일을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 다만, 조기 대선이 치뤄질 경우 '심판'인 권한대행이 '선수'로 뛸지는 아직 미지수다. 황 권한대행은 또 17일 방한할 예정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을 가질 계획이다. 대선에 등판한다면 그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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