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행정부, 사우디에 무기판매 재개 검토
입력 2017-03-09 16: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지했던 무기 판매를 재개하기로 했다.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고, 백악관 주요 보직에 군 장성 출신들을 중용하는 등 트럼프의 국방 중시정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러시아와 터키에 빼앗긴 중동 패권을 재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사우디에 대한 정밀유도무기 판매를 중단한 버락 오마바 전 행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무기 판매 재개를 승인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우디 무기 판매 재개에 동의했고 백악관의 승인을 얻으면 발효된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 재개는 트럼프 행정부가 예멘 내전과 관련해 사우디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란에 대해서는 한층 강경 노선을 취하겠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사우디는 이란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아랍 동맹군을 결성해 예멘의 친 이란계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주도하고 있다. 미군은 2015년 이후 전투기 공중 급유와 자문단 파견 등으로 사우디군을 지원해왔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사우디가 민간 목표물을 공격해 비판이 고조되자 지난해 지원 규모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사우디 전투기가 예멘의 한 장례식장을 폭격해 100여명이 목숨을 잃자 백악관은 3억9000만달러(약 4500억원) 상당의 대 사우디 정밀유도무기 판매를 취소했다.
WP는 이란과의 핵협정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재평가하고 관계를 재조정할 기회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우디 무기판매 재개 방침은 향후 중동 질서에 커다란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오바마 레거시(유산)' 지우기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중동 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외교정책의 근간을 '피봇 투 아시아(아시아 중시정책)'로 설정했다. 시리아 내전 등 중동분쟁 지역에 지상군 파견을 거부하는 등 중동에서 발을 빼려 했다. 특히 임기 막판에는 시리아 내전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팔레스탄인 분쟁 해결책으로 '두 개의 국가'를 제시해왔다.
이러는 사이 중동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축소했고, 그 자리를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한 러시아와 터키의 입김은 강화했다. 더욱이 이슬람 소수종파인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전방위적으로 분쟁지역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당선된 트럼프는 모든 사항을 미국 중심에 두고 추진하고 있다. 외교정책 역시 러시아 등에 밀릴 경우 미국의 국익에 훼손을 입힌다고 판단한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겨냥한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미군이 최근 해병대 200명과 중화기 공격무기를 시리아에 파견한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전통적 우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중동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자지구 정착촌 건설 등 우경화를 가속하는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하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방증이다.
'힘의 정치'를 중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국방비를 540억달러(약 61조2630억원), 전년 대비 약 10% 증액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산안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