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해양전문업체가 수심 9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심해 잠수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9일 대상오션은 심해 잠수가 가능한 혼합기체 공급장치(Mixed Gas System)를 개발해 최근 성능 시험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울산 앞바다에서 실시된 성능 시험에서 잠수부들은 이 업체가 개발한 장비를 이용해 60m 잠수에 성공했다.
대상오션은 공기와 헬륨을 적정 비율로 혼합해 공급하는 이 잠수장비를 이용하면 최대 90m 깊이까지 40분 동안 잠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기를 공급하는 일반 잠수장비가 20~30m 이내에서만 잠수할 수 있고, 잠수 시간도 20분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잠수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사실 대상오션이 개발한 혼합기체 공급장치는 유럽 등 해양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장비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장비를 개발하는 대신 필요할 경우 해외 업체에 의존해 왔다. 기업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수중 산업에 투자를 안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우리나라는 수심 50m 정도의 해저 송유관 설치 작업조차 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 수중업체에 맡기고 있고, 세월호 사고 때도 잠수부들은 열악한 장비에 의지한 채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잠수병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준향 대상오션 대표는 2010년 제주에서 침몰한 해군 참수리호 인양작업을 하면서 심해 잠수장비 보급의 절실함을 깨달았다. 이후 영국과 네덜란드 등을 오가며 장비 개발에 나섰으나 전문 인력과 비용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김 대표는 "세월호 사고 당시 잠수부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장비 개발에 도전했다"며 "안전한 심해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문 장비를 만드는 것이 30년간 해양산업에 종사한 사업가의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심해 잠수장비를 국산화했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보편적인 잠수장비가 이제서야 개발됐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심해 수중 산업에 대해 정부와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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