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명무실 의결권행사지침…기관참여 `0`
입력 2017-03-08 18:00  | 수정 2017-03-08 21:48
이번주부터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해 주총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던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가 온데간데없이 조용하다.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가 발표된 지 석 달가량이 흘렀지만 이를 도입한 기관은 전무한 상황이다. 펀드투자자의 주주 권익 강화 차원에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적극 검토했던 일부 자산운용사마저도 제도상 허점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자산운용사들은 과도한 공시 부담과 포트폴리오 노출 우려,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에 따른 처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스튜어드십코드가 자칫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한국거래소 산하 기업지배구조원이 스튜어드십코드를 제정해 발표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이날까지 이를 도입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앞서 작년 말 스튜어드십코드 7개항이 발표됐을 당시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금융회사들이 돈을 맡긴 투자자들의 주주 이익 확대를 위해 도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경우 투자 기업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미공개정보 활용에 따른 처벌 가능성을 걱정해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조항과 상충될 소지가 크다"면서 "기업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알게 될 경우 이를 주식 운용에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섣불리 도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순간 해당 기관투자가는 자본시장법상 일반투자자가 아닌 '경영 참여 목적 투자자'로 분류될 수 있다는 데서 발생한다.
경영 참여 목적 투자자로 분류되면 주식을 단기간 매매해 차익을 남길 경우 반환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172조(제1항)는 '회사 임원이나 직원, 주요주주가 주식을 6개월 이내 매매해 이익을 얻을 경우 회사는 이들에게 단기매매차익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참여 목적 투자자가 되면 5% 이상 보유 중인 종목을 1%포인트 넘게 사고팔았을 때 5영업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 참여와 무관한 일반투자자의 경우 매매가 이뤄진 다음달 10일까지만 보고하면 된다. 2000여 개 상장 주식 가운데 50~100개 종목을 골라 차별화된 수익을 내야 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포트폴리오 공개 시점이 당겨지는 건 치명적이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경영 참여 목적 투자자가 될 경우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빌려주거나 상환받을 때마다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는 등 공시 업무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기업지배구조원, 금감원, 금융투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스튜어드십코드 실무해설서 및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상반기에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이석란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아직 실무협의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업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쟁점을 파악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스튜어드십코드 : 주주 이익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지침. 서양에서 큰 저택일을 맡아 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가도 고객 재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에서 생겨난 용어.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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