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한국 야구,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라
입력 2017-03-08 14:02  | 수정 2017-03-08 14:21
대한민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면서 2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졌다. 7일 네덜란드와의 경기가 끝나고 대표팀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사진(고척돔)=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한이정 기자] 대한민국 야구가 2회 연속 WBC 1라운드 탈락위기에 놓였다. 야구강국으로서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국제야구연맹 랭킹 3위라는 자리가 무색하다. 야구팬들은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맥없는 공격력과 무기력한 모습에 더 실망했다.
개막전으로 펼쳐진 6일 이스라엘전부터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왔다. 다크호스로 지목됐지만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대부분인 이스라엘에 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홈구장의 잇점까지 누린 한국 대표팀에게 '야구 변방' 이스라엘은 적수가 아닌 듯 보였다. 그러나 대표팀은 퇴물 메이저리거인 이스라엘 선발 투수 제이슨 마르키스의 기교에 농락당한 끝에 1-2로 지고 말았다.
이스라엘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장원준은 4이닝 1실점을 기록했지만 2회초에만 27개 공을 던지며 흔들렸다. ‘판타스틱4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8회초 오승환이 메이저리거의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야수진 역시 안타 수는 이스라엘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김태균 이대호 등 한국이 자랑하는 중심타선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침묵을 지켰다.
네덜란드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KBO리그에서 뛰었던 밴델헐크와 지난 대회에서 마주쳤던 네덜란드 선발투수 마르크벌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채 시종일관 압도당했다. 한 마디로 실력 차를 절감했다.
9일 대만전 마저 진다면 암담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대회에선 예선리그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무엇보다 곧 개막할 2017 KBO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공산이 크다. 그 동안 KBO리그는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발판 삼아 비약적인 발전을 누렸다. 하지만 이번 WBC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낼 경우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게 식을 것이 분명하다.
대표팀은 2라운드 진출을 위해서가 아닌,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대만과 싸워야 한다. 대만전 마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야구가 쌓아온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만다.
[yijung@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