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설립된 펌프 제조전문 신광은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한 수출상담회에 참석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란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이란 테헤란서 2시간여 떨어진 지역에 있는 현지 기업 Yaman Zaman(야만 자만)에 156만 달러 규모의 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다른 2개 회사와도 수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전까지 신광은 연매출 60억원 가운데 동남아, 브라질 등지서 발생하는 매출 대비 5~10% 가량의 수출이 전부였다.
신광이 이란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던 까닭은 두바이에서 무역전문 한상(韓商)기업 'Total Resource International'의 정숙천 대표가 해외 바이어와 만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정 대표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상임이사로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수출친구맺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을 위해 힘을 보탰다.
세계 최대 한상 경제단체 월드옥타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길을 안내하는 든든한 동반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8~20일(현지시간)에 걸쳐 월드옥타 두바이 지회가 주관한 '제1회 중동·아프리카 지역경제인대회'에서 진행된 수출상담회에는 신광을 비롯해 건자재, 화장품, 의료기기, 식품제조 등 국내 중소기업 8개사가 참가했다. 전 세계 15개국 26개 지회에서 참가한 월드옥타 200여명 회원들이 이들을 도왔다.
이번 상담회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4900만 달러(약 563억원) 규모의 수출상담 실적과 함께 약 18억원의 실제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형민 신광 대표는 "중소기업이 홀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월드옥타가 해외 바이어를 한 자리에 모아줬고 수출 제품 발굴과 바이어 신용도 조사까지 지원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출친구맺기 지원사업은 세계 한상들이 쌓은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출친구'가 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는 사업이다. 월드옥타 회원사가 친구가 된 중소기업에게 현지 시장정보와 컨설팅 등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형태다. 월드옥타는 지난해 4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TP)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중소기업과 월드옥타 회원을 이어주는 '수출친구맺기'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국 중소기업 657개사와 월드옥타 회원 370명이 참여해 총 1226쌍의 '수출친구'가 조직됐다. 원래 목표치인 500건보다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한 성과로 추가 매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수출친구맺기 사업이 두바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다양한 지역을 활동무대로 삼은 덕분이다.
현재 월드옥타는 전 세계 72개국 144개 도시에서 2만 5500여명의 한상들이 글로벌 마케팅 사업, 수출상담회 등 다양한 지원사업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다. 지난해 월드옥타는 수출친구맺기를 비롯한 사업으로 1281개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3709만여 달러 규모의 수출상담과 323만 달러에 달하는 본계약이 체결됐다.
수출친구맺기가 중소기업을 해외 바이어와 '매칭'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월드옥타가 직접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 '글로벌 마케팅 사업'도 있다. 지난 2007년 시작한 글로벌 마케팅 사업은 월드옥타 대표 사업으로 협회 회원이 글로벌 마케터가 돼 직접 수출 에이전트 역할을 하게 된다. 해외 현지 시장과 문화, 언어에 능통한 회원들이 국내 기업들과 매칭돼 즉각적인 수출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차세대 바이어발굴 지원사업'에는 119명의 글로벌 마케터가 36개국 51개 도시에서 활동했다. 이 사업에는 중소기업 216개사가 참여해 총 411건, 2074만 9244 달러 규모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수출 계약은 88건, 102만 5234 달러 규모로 체결됐다. 최근 부산과 울산에서 연이어 진행된 수출 상담 행사의 실적을 종합하면 수출 본계약만 따져도 221건, 총 1048만 3931 달러의 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월드옥타는 '해외지사화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에 나서는 한편 올해부터 협회 내 수출지원 전문가 조직 '월드옥타 글로벌 마케터' 조직도 강화한다. 해외지사화사업을 통해선 해외에 지사를 설치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게 현지 지사 역할을 대행해 주게 된다. 한상들의 해외 네트워크를 현지 비즈니스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기출 월드옥타 회장은 "월드옥타 회원들은 현지에서 CEO로 활동하고 있는 무역인들로 직접 발로 뛰며 수출성과를 만들고 있다"며 "월드옥타 글로벌 마케터와 함께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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