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北리길성 외무부 부상…中고위급 연쇄 회동 '김정남 암살 논의'
입력 2017-03-04 14:27 
사진=연합뉴스


리길성 북한 외무부 부상이 4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마치고 고려항공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날 함께 평양으로 갈 것으로 보였던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 리정철은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리정철은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돼 이날 새벽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한 바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공식 방문 일정을 소화한 리길성 부상은 중국의 영빈관인 조어대에 머물다가 이날 오후 서우두 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떠났습니다.

리길성 부상은 방중 기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포함해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 등 중국 외교부 고위급을 모두 만나 김정남 암살 사건과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등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은 리길성 부상을 만나 "전통적인 중북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은 사건 초기 김정남 피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 북한 쪽으로 돌아섰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습니다. 리길성 부상이 이번 방중을 통해 분위기 전환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리길성 부상이 베이징에서 중국에 김정남 사건을 설명하는 동안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말레이시아에 보내 이 사건을 무마하는 작업을 벌였으며, 용의자인 리정철은 풀려났습니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그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다가 물증 확보에도 실패하자 기소를 포기하고 추방했습니다.

리정철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평양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인 베이징에 도착한 뒤 북한 대사관으로 이동해 이번 사건이 "공화국(북한)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김정남 사건에 대해 '김정남'이라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로 민감해 하는 상황에서 리정철이 중국 수도인 베이징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중국의 용인 없이는 힘들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동안 김정남의 가족 등을 보호해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김정남 사건이 자국과 어떤 식으로든 연루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한편, 중간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 후 주중 북한대사관에 체류 중인 리정철은 고려항공편이 있는 오는 7일 귀국길에 오를 전망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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