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막오른 민주당 토론회, 대세론·확장성·선명성의 대결
입력 2017-03-03 14:54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자 토론회가 3일 시작된 가운데 문재인·안희정·이재명 3명의 주자들이 각각 중도·보수·진보층을 공략하는 절묘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좌우를 두루 포괄할 수 있는 실용적 정책을 앞세워 중도층을 겨냥하는데 반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각각 보수, 진보층에게 어필하는 공약과 발언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세명의 주자들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기 다른 유권자 층을 공략하면서 민주당 전체 파이가 커지는 모습이라, 당차원에선 의도치 않게 전체 지지율 상승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4차산업 육성이나 일자리 창출 등 진보·보수 이념으로 평가할 수 없는 실용적 정책을 제시하며 중도층을 집중 공략하는 모양세다. 일례로 지난 2일에는 서울 구로구 G밸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CT 현장 리더 간담회'에 참석해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내 전자상거래와 전자금융거래의 대표적 병폐로 지적돼 온 각종 인증프로그램 설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번 공약을 두고선 전문가들과 국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대기업 정보기술(IT) 부서 과장 배모(35)씨는 "액티브X 폐지는 누구나 반길 공약"이라고 했고, 임채성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도 "각종 플러그인(plugin) 제거는 공약은 시장에서 각광받을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재벌개혁의 경우에도 대기업집단 지정 범위를 10대 재벌로 좁혀 우선 규제대상으로 삼겠다는 수준에서 수위 조절을 했다. 반면 기존순환출자 해소나 재벌해체와 같은 논란이 될만한 정책은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발언도 상당히 정제해 가는 모습이다. 한때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 뿐"이라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지만, 최근에는 "기각되더라도 정치인들이 승복해야 한다"고 말해 좌우 무게중심을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경우 문 전 대표와는 다른 스탠스에서 정책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안 지사가 중도·보수를 겨냥한 '외연 확장'에 주력한다면 이 시장은 선명성 강조와 함께 야권 연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최근 행보는 3일 첫 토론회 뿐만 아니라 향후 토론회에 임하는 전략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가 꺾인 안 지사는 전략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보다 그동안 강조해온 소신, 원칙, 정책을 전달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킨 '대연정' 제안의 진정성도 더욱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안 지사는 재벌 개혁 분야에서는 선명한 목소리를 내며 진보진영 지지자들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2일 "국가주도형 산업발전 모델로부터 성숙한 시장경제를 가진 국가로서 위치 변경을 해야한다. 시장개입형 정부 정책은 사실상 효과가 없다"면서도 순환·교차출자 해소,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강조하며 재벌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안 지사가 강조한 '대연정'을 놓고서도 민주당 후보 간 치열한 논쟁이 오갈 전망이다.
이 시장은 이날 한 팟캐스트에서 "정치적 상대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권력을 나누고, 청산될 세력에 무기를 주는 것은 청산 거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치를 부인하는 행위"라며 안 지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시장은 또 "청산될 세력과 함께 청산하겠다는 것은 논리 모순"이라며 "정치권력과의 대연정도 비판받아야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뿌리인 삼성 등 재벌기득권과 손잡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 대연정과 다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후보 중 가장 선명성을 강조하는 이 시장은 "거대 권력 재벌과 관계를 단절하고 기득권 체제를 깰 수 있는 용기와 실천력을 가진 후보여야 한다. 누구라고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재벌규제를 말로는 하지만 실제로는 (의지가) 없어보인다"며 경쟁상대인 문 전 대표, 안 지사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향후 펼쳐질 토론을 통해 '외연 확장'을 노리는 안 지사와 '선명성 강화'에 나선 이 시장이 문 전 대표 '대세론'에 얼마만큼 균열을 낼지를 놓고 정치권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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