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韓여행 금지령` 폭탄맞은 인천·명동…"유커없으면 폐허될라"
입력 2017-03-03 14:21  | 수정 2017-03-03 15:07
3일 인천 제 2국제여객터미널에 승객들 발걸음이 끊어지면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형준 기자]

중국 위해에서 출발한 한·중 훼리호 '뉴골든브리짓'호가 3일 오전 11시30분 인천 제2국제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윽고 무거운 짐을 지고 터미널을 나서는 600여명의 보따리상과 여행객들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워 보였다. 인천항 도착 직전 이미 선상에서 중국이 한국여행에 대해 전면적인 금지령을 선포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페리호를 이용하는 한국 측 승객들과 보따리상들이 주로 이용했던 중국 상용비자와 선상비자(도착비자)요건을 강화한 후 7개월만의 '찬물'이다. 대기실 TV에서도 '중국발 한국 여행 금지령'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뉴스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페리 운영사인 단둥페리 관계자는 "'한한령'(중국내 한류금지령)이 최초 있었던 가을 때 일시적으로 줄었던 단체관광객들이 작년 겨울부터 늘어났고 봄이 되면서 막 '성수기'가 맞으려는 찰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1 항차당 절반에 가까운 200~300명이 단체 관광객들인데 한국여행 상품이 전면 중단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인천항을 찾는 크루즈 관광을 걱정하는목소리도 역력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43항차중 30항차가 상하이 텐진 등 중국에서 오는 크루즈로, 총 예상방문객 9만명 중 8만명이 중국인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단체관광객이 많아 인천항만공사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늘길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선 특별한 동요는 감지되지 않았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은 바닷길과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에서 중국노선 운항 비중은 27.2%다. 지난해 운항한 33만9673회 가운데 9만2289회가 중국 노선에서 이뤄졌고, 인천공항을 찾은 5776만명 가운데 23.6%인 1363만명이 중국 노선에서 나왔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사드 등의 문제로 당장은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며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이 또한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닷길·하늘길은 이제 막 살얼음판 분위기가 시작됐지만 이미 위기감이 턱까지 차오른 곳도 있다.
유커들의 '쇼핑메카'로 불리는 서울 명동거리가 대표적이다. 이날 찾아간 명동 거리의 화장품 가게 '코스메틱 앤 케이스토리'의 문은 대형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고 매장 내부는 텅 비어 있다. 바로 맞은 편 불과 몇일전까지 '더페이스샵'이 있던 자리도 빈 점포로 변했다.
근처 가방가게 주인 이 모씨(49)는 "지난 7월 사드 문제가 불거진 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화장품 가게들이 크게 어려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곳곳에 빈 점포가 방치돼 있어 어수선한데 한국 관광금지조치까지 겹쳐 정말 착잡한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한 화장품 로드샵 직원 A씨(24)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제품을 쓸어가던 풍경은 못 본지 오래됐다"며 "작년 3월 초와 비교했을 때 재고가 3배 이상 남아돌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사드 이슈가 터지기 전에는 하루에 1500만원 이상 벌 때도 많았지만 올해 들어선 하루 매출이 1000만원을 넘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커'가 빠져나간 자리에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다면 명동이 '폐허'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 중이라는 얘기다. 티니위니 매장 직원은 "작년 3월초 하루 평균 입장객이 3000명을 웃돌았는데 요즘엔 2100명 수준에 머문다"며 "이게 약과일 뿐이며 앞으로 단체 고객들이 더 안 온다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인천 = 지홍구 기자 / 임형준 기자 / 서울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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