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한복판 '이상한 횡단보도'…보행자 안전 위협
입력 2017-03-02 19:31  | 수정 2017-03-02 20:49
【 앵커멘트 】
서울 한복판 종로 1가에 이상한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자치구가 경찰과 협의 없이 마음대로 만든 건데, 사고 우려도 크고 설사 사고가 나도 정상 횡단보도가 아니니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행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죠.
이정호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종로 1가의 한 도로.

일부 벗겨지긴 했지만 흰색 페인트가 눈에 들어오는 횡단보도로 많은 시민이 길을 건넙니다.

▶ 스탠딩 : 이정호 / 기자
- "그런데 이상한 건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횡단보도 표지판이 없고, 옆 횡단보도와는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겁니다."

횡단보도 간격은 법적으로 최소 100미터여야 하지만 두 횡단보도 사이는 어쩐 일인지 5미터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종로구청이 걷기 편한 환경을 조성한다며 이 주변을 보도로만 만들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차로가 생기자 경찰 심사도 건너뛰고 불법 횡단보도를 만든 겁니다.

▶ 인터뷰(☎) : 종로구청 관계자
- "횡단보도 없이 하려고 했는데 차선이 넓다 보니까 횡단보도를 설치 안 할 수도 없고…."

빠르게 진입하던 오토바이나 자동차 운전자들은 흐릿한 횡단보도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주행하다 아찔한 상황까지 빚어집니다.

사고라도 나면 무단횡단으로 간주돼 보행자는 적절한 보상마저 받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 인터뷰 : 이예빈 / 서울 번동
- "여기에 이렇게 그려놓으니까 다 건너시는 거예요. 사고 날 뻔한 것도 몇 번 봤어요."

▶ 인터뷰 : 이윤호 /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 "안전할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 시설을 설치했다는 건 장기적으로 교통질서를 파괴하고…."

자치구 마음대로 설치한 유사 횡단보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색깔이나 크기가 다른 돌로 횡단보도 모양을 낸 곳도 곳곳에 눈에 띕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종로구 일대를 전수조사하고, 다른 자치구로도 조사 확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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