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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아이히만쇼`, 분노 일게 하는 악의 평범성
입력 2017-03-01 17:1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생각 없이 시키는대로 행동한 악이 얼마나 평범했는지를 밝힌 한나 아렌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온 그 인물이다.
1961년 진행된 아돌프 아이히만의 실제 재판을 37개국 시청자에게 전달한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 이벤트를 다룬 영화 '아이히만 쇼'에서 보인 그의 얼굴은 너무나 평범하다. 죄지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저리 태연할 수 있을까.
영화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생중계하기 위해 방송 제작자인 프루트만(마틴 프리먼)과 블랙리스트 감독인 허위츠(안소니 라파글리아)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혐의를 인정하는 그 순간을 포착하려 애쓴다.
두 사람은 같을 곳을 향해 달려가지만 디테일은 약간 다르다. 감독은 아이히만의 죄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하고, 제작자는 극적인 뭔가를 담아 흥행에도 성공하려 한다. 여전히 히틀러를 추종하는 세력들에게 협박을 받기도 하는 두 사람. 과연 이들은 '악마의 얼굴'을 어떻게 세계로 전파했을까.

1961년 당시 BBC에서 실제 방영되었던 원본 필름과 촬영 장면들을 교차 편집해 삽입했다. 참혹했던 과거 현장 영상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야 또다시 이런 일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릴 수 없게 한다.
아이히만을 현재 대한민국의 누군가와 치환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현실 속 대한민국을 난도질한 누군가와 비슷한 연결 고리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분노가 인다.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1일 개봉.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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