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결국 삼성도…자살보험금 `백기투항`
입력 2017-03-01 01:43 
금융당국의 중징계 방침에도 끝까지 버티던 삼성생명이 결국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금감원을 방문해 삼성생명이 미지급하고 있던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아직 이사회를 열고 결정한 사안은 아니지만 최고위층에서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 이후 입장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조만간 긴급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의결할 전망이다.
그동안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거부해 오던 삼성생명이 이같이 입장을 바꾼 것은 금융당국의 사상 초유의 중징계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금감원은 제재심을 열고 김창수 대표에게는 문책경고를, 삼성생명 기관에는 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를 할 수 없는 영업 일부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이미 이사회를 통해 확정됐던 김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징계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보낼 계획이며 금융위는 이달 회의를 열고 최종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었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이어 김 대표마저 연임에 실패할 경우 삼성생명이 심각한 경영권 공백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신사업을 3년간 할 수 없다는 점도 큰 부담이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카드, 삼성증권 지분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작업을 해왔고 삼성화재가 갖고 있는 자사주(15.98%)만 추가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하면 지주사로서의 요건을 대부분 갖추는 단계까지 와 있다. 하지만 이번 제재로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승인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주사 전환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발표하는 등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삼성생명 또한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막판에 보험금 지급 규모를 늘려 상대적으로 낮은 징계를 받은 것도 삼성생명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제재심이 열렸던 지난달 23일 오전 미지급 자살보험 전건(2007년 9월 이전 청구건은 지연이자 미지급)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는 문책경고가 아닌 '주의적 경고'를 받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 삼성생명은 미지급 자살보험금 1608억원 중 2012년 9월 6일부터 2014년 9월 4일까지 2년 동안 청구된 미지급 자살보험금에 해당하는 40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2011년 1월 24일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발생한 미지급액 200억원에 대해서는 자살예방재단에 기금 형태로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24일 이전 청구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버텨 왔다.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과 기금 출연금의 기준 시점을 2011년 1월 24일로 잡은 것은 금감원이 법 위반 사실로 적시한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관련 규정이 이때 법제화돼 그 이전에 청구가 들어온 것은 금감원에서 제재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함에 따라 제재 수위도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삼성·교보생명과 달리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 건만 지급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화생명 역시 조만간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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