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란히 주가가 하락중인 국내 정보기술(IT)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향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 다각화와 인수합병(M&A) 효과, 주주 환원책의 '삼박자'를 갖춘 삼성전자가 단기 조정후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매출 구조가 특정 제품에 집중돼 있고 M&A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주가 조정 기간이 길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수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면에서 고공행진을 펼치던 SK하이닉스가 작년 ROE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추월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올해 이들의 수익성 경쟁이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달 26일 장중 200만원을 넘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한달 만인 이달 24일 까지 4.2% 하락했다. 올 들어 이달 24일 까지 9230억원을 순매도 중인 외국인의 막강한 매도 물량 탓이다. SK하이닉스도 닮은꼴 조정 중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3067억원을 순매도하면서 SK하이닉스 주가도 10.9% 조정받았다.
대표 수출주이기도 한 이들 주가는 원화가치 상승과 차익 실현이라는 두 가지 공통 요인여파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T 산업의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달러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최근 상대적인 원화가치 강세가 이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대신증권에 따르면 원화값이 10원 상승할 때 SK하이닉스의 2017년 영업이익은 8조490억원에서 7조8460억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2조7920억원에서 42조6120억원으로 소폭 조정된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IT 투톱 모두 작년에 주가가 40% 이상 급등해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데다 최근 환율 영향으로 단기 고점 신호가 포착된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환율 영향이 하이닉스 보다 작고 반도체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OLED 사업 성과에 따라 주가가 다시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D램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비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삼성전자의 수익성 상승 행진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매일경제신문이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작년 4분기 실적을 토대로 IT 투톱의 연간 수익성을 추정한 결과,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ROE는 각각 11.8%, 6.8%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전년(2015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반면 SK하이닉스는 15.1%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ROE는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얼마만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순이익을 자기자본 평균(최근 2년)으로 나눠 산출한다. 삼성전자 처럼 전년대비 증가하려면 늘어나는 자본 이상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ROE가 높은 기업은 주가 상승시에 더 많이 오르고 하락땐 덜 내리는데 삼성전자가 하이닉스 보다 최근 덜 하락하는게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작년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도 불구, 주가가 크게 오른 반면 SK하이닉스는 작년 1조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수를 바탕으로 주가가 한해 동안 45.4% 올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물량이 더 부담스런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도시바 지분 인수에 나선 것도 단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D램 이외에 낸드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실제 인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시바가 지분 20% 매각에서 '50% 이상과 경영권 포함'이란 조건으로 선회하면서 인수가는 올라가고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M&A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하이닉스 주가 조정 기간도 덩달아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금융그룹이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부문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인수전에 큰 변수가 생긴 만큼 주가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낸드 분야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과 OLED 까지 올해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 상대적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3곳 이상의 평균치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ROE는 20%로 2013년(22.8%) 호황기로 복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주 중 삼성전자를 최우선 추천주로 선정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낸드 분야와 함께 OLED 사업도 탄탄해 올해 이익률이 과거 호황기 수준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조정 국면을 저점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도 "최근 IT주 조정은 환율에 따른 단기 조정"이라고 단정짓고 "향후 갤럭시 S8 출시 효과로 스마트폰 사업만 정상화가 된다면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려 동반 상승하는 장세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