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긴장한 美국방부 "北 VX, 미사일에 실리면 대량살상무기"
입력 2017-02-26 17:15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이 신경작용제 VX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경계 수위가 급상승했다. 민간 차원의 북·미 접촉이 불발됐으며, 테러지원국 지정 논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군사적 차원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제프 데이비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VX가 살인무기로 사용된 사실은 북한에 대해 우려하는 실질적인 위협 중 하나"라며 "화학무기가 미사일에 탑재된다면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VX 사용을 금지한 국제적 규범을 무시하고 어기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면서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민간 차원에서 추진됐던 북·미 뉴욕 회동도 무산됐다. 미국 국무부가 북측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의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일 정상회담 시기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고,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독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화 가능성을 엿보던 미국 정부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 대화'를 거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이미 늦었다"라고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도널드 자고리아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부회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을 맞이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북·미 대화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무산된 것이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 역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국무부 차원에서도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북·미 대화 가능성이 소멸되는 것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의 고립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동부 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3함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최신 전력을 서태평양 지역으로 이동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대비해 7함대가 주둔 중이지만 3함대에게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 뉴스에 따르면 조지프 오코인 7함대 사령관은 최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해군포럼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며 지금 당장 전투가 벌어진다면 발생지는 바로 한반도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한편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 18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한 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에서 꾸준히 활동이 포착되고 있다"며 "언제든지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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