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러시아 내통설 진화위해 FBI·CIA에도 압력" 의혹제기
입력 2017-02-26 17:1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진화하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에도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을 정치화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CNN 방송·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은 최근 미국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내통설에 대해 FBI와 CIA를 이용해 이를 진화하려 했다는 보도를 번갈아가며 쏟아냈다. 앞서 FBI와 CIA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을 지원하기 위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재 FBI는 미 연방의회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연결고리를 조사 중이다.
NYT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캠프 관계자들이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 정보당국 고위관계자들과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접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를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성급히 덮으려 한 게 화근이었다.
CNN은 23일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NYT의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 FBI를 동원하려다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앤드루 매케이브 FBI 부국장에게 NYT의 보도 내용을 FBI가 나서 공개적으로 반박해달라고 요청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CNN의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하면서도 프리버스 비서실장과 코미 국장, 매케이브 부국장이 서로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는 수사가 진행 중인 현안에 대해 백악관 고위 인사가 수사 당국자들에게 외압을 가한 것으로 법무부 규정 위반으로 간주할 수 있다.
WP는 24일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FBI를 동원하려다 실패하자 대신 CIA의 고위 당국자와 공화당 의원들을 이용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보기관과 의회 조사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다. WP는 정보 당국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과반은 러시아 내통설을 조사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달 18~22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설을 조사해야 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중 53%가 찬성한다고 밝혀 25%의 반대 응답을 압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압 의혹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하면서 정보당국이 계속해서 언론에 기밀 사항을 흘려주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 "FBI는 기관에 스며든 기밀 유출자들을 전혀 멈추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밀이 언론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맡았던 존 딘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의혹 덮기 행태가 과거 닉슨 전 대통령의 성향과 흡사하다고 밝혔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재선을 노리던 닉슨 전 대통령이 민주당 선거 사무실이 위치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모의가 발각돼 사임한 미국 정치사 최대의 스캔들이다.
딘은 닉슨 전 대통령 역시 당시 CIA를 동원해 FBI의 수사를 방해하려고 했다면서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있는 것은 워터게이트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