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24일 뉴스초점-'빽 찾는 사회' 대한민국
입력 2017-02-24 20:34  | 수정 2017-02-24 20:56
'나는 빽이 없어'
'그 사람 든든한 빽이 있나 봐'

'빽'이란 말은 배경을 뜻하는 백 그라운드(back ground) 를 줄인 일종의 속어죠. 빽이 있냐 없냐는, 뒤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있냐 없냐를 뜻하는 거구요.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빽 만들러 갑니다', '빽 만들러 왔습니다'란 말이 자주 오갑니다. 주로 취업준비생들이 이 빽을 만들려고 인맥 동호회까지 가입하고 있거든요.

인맥 동호회는 SNS나 인터넷을 통해 결성이 되는데, 특별한 절차 없이 자유롭게 가입하고 또 탈퇴도 할 수 있습니다. 주로 대기업이나 전문직 종사자, 또 그들과 인맥을 맺으려는 취업준비생들이 회원이죠.

젊은이들이 이렇게 인맥 쌓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예상하시다시피, '취업' 때문입니다. 성적도 좋고 직무 경험도 있고 해외연수도 갔다 왔고, 갖출 건 웬만큼 다 갖췄는데도 매번 취업에서 탈락한다면 '인맥이 없어서' 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실제로 구직자와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96%가 인맥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인맥'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친척과 지인이 한 통속이 돼 기업과 기관·국가를 움직이는 족벌주의, 네포티즘이 만연됐기 때문입니다.


국정농단 사태도 '최순실 사단', '우병우 사단', '진경준 사단', 이른바 빽 있는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 '끼리끼리 밥그릇 챙기기' 쟁탈전 끝에 나온거니까요.

요즘 미국도 시끄럽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위를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임명했고, 딸인 이방카 역시 직책은 없지만 국정에 깊이 관여하며 비선실세 노릇을 하고 있거든요.

미국에선 이미, 공직자의 친족 등용을 금지하는 '네포티즘 금지법'이 있는데도 말이죠.

지금 우린 네포티즘의 말로가 어떤 모습인지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인맥을 찾아 헤매는 청년은 많고, 이들이 다음 네포티즘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물론 국민을, 나라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고가는 네포티즘이 더 이상 양산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감시와 통제도 필요하지만, 우선 그 마지막이 어떤 모습인지 법의 심판으로 똑똑히 보여주는 것도 아주 중요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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