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쉴 곳도 없고 사고도 내 책임" 운전강사의 한숨
입력 2017-02-24 19:30  | 수정 2017-02-24 21:18
【 앵커멘트 】
자동차운전학원의 운전강사.
운전이 미숙한 사람 옆에서 사실상 본인이 운전하는 것 이상으로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직업이죠.
그런데 이런 운전강사 상당수가 하루 10시간 가까이 쉼없는 빡빡한 교육일정에, 심지어 사고가 나면 스스로 책임까지 져야 하는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치훈 기자가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한 운전학원에서 출발한 도로연수 차량을 따라가 봤습니다.

잠시 시냇길을 달리나 싶더니 고속도로 위를 질주합니다.

40분을 걸려 도착한 곳은 공원 주차장, 잠시 화장실만 들르고서 곧바로 다시 교육에 들어갑니다.


전일 근무 운전강사의 실제 시간표를 보니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9시간 반 동안 쉼 없이 빡빡한 교육 일정으로 짜여졌습니다.

점심시간이라도 좀 쉬어보련만, 여유 있게 밥 먹을 시간마저 부족하기 일쑤입니다.

▶ 인터뷰 : 유 모 씨 / 운전학원 강사
- "점심시간이 30분밖에 안 되고 중간에 휴식시간도 없다 보니까 멍하니 있다 보면 잠이 올 때도 있고 사고가 몇 번 날 때도 있고…."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해오다가 최근에서야 학원에서 내민 계약서입니다.

시간당 8천500원짜리 계약서에는 수당이나 유급휴가도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사고가 나도 강사가 책임져야 하는 조항까지 담겼습니다.

▶ 인터뷰(☎) : 박영기 / 노무사
- "근로자에게 전부 민사상 책임을 지게 한 것은 잘못입니다. 처벌될 사항이에요. 이렇게 근로계약서를 쓰면…."

운전학원 측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 인터뷰 : OO운전학원 관계자
- "그런 계약서가 있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져요. 다 마찬가지예요. 시급제로 운영하는 것은…."

참다못한 강사들은 고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고, 현재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늘 피곤에 찌들린 운전강사 옆에서 수강생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 pressjeong@mbn.co.kr ]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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