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김정남 암살 女용의자 구토 증상…말레이 공항·병원도 오염 우려
입력 2017-02-24 17:21  | 수정 2017-02-25 17:38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에서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검출됐다고 밝히면서 사건과 연루된 공공장소 역시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AP통신은 김정남 독살을 실행한 여성 용의자 2명 중 1명은 이미 VX 노출 증상을 보였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도포한 여성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출신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 가운데 한 명이 구토를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말레이 당국은 범행 당시 두 여성이 차례로 맨손에 독극물을 묻혀 김정남 얼굴에 문질렀다고 했다. 이에 손에 묻으면 큰 이상이 없고 얼굴에 바르면 사망에 이르는 독극물이 과연 존재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만약 여성 용의자가 경미한 증상만을 보였다면, 두 여성 용의자가 섞이면 VX로 변하는 서로 다른 화학물질을 손에 묻힌 후 김정남의 얼굴에서 혼합해 독성을 띠게 했을 가능성과 범행 전이나 직후에 해독제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VX는 주사로 놓는 해독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미국 플로리다대 법의학부 학과장인 독물학자 브루스 골드버거 박사의 말을 인용해 "VX는 소금 몇 알갱이 정도의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며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살을 실행한 두 용의자가 VX에 노출되고도 아무런 증세가 없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해독제를 투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서 독극물 제거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숨진 김정남 외에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VX가 사용된 것이 사실이라면 범행 현장인 공항뿐 아니라 병원과 앰뷸런스 등 김정남이 VX 공격을 받은 뒤 거쳐 간 모든 장소가 독성물질에 노출됐을 수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VX의 점성은 모터 윤활제와 비슷할 정도로 증발하는 데 수일에서 수주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라졌다.
말레이 현지매체 '더스타' 온라인판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원자력허가위원회에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에 VX의 흔적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색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칼리드 청장은 범행 현장에 아직 화학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우려하며, 전문가들이 와서 확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현장의 출입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면서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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