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숫자대결 된 광장 민주주의…촛불 vs 태극기 `총동원령`
입력 2017-02-24 14:33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응원하는 의미의 대형 태극기를 들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청년암살살수단 지원자를 모집합니다."
최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 올라온 글이 공개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글을 올린 게시자는 "언제라도 죽음을 준비해 유서를 작성해둔 무술에 능하신 분을 구한다"며 "유관순·윤봉길·안중근 의사처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대한민국을 구할 애국열사를 모신다"고 썼다.
이 공지는 극우 성향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인 대화방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테러를 기획한다기 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기각을 선동하는 성격이 짙은 글이다. 보수쪽만 아니다. 진보 단체 SNS 커뮤니티엔 "탄핵기각시엔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글들이 속속 늘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승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탄핵결정이 다가올 수록 양측 다 물러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서로를 향한 질주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오는 주말과 3·1절 도심 광장은 '전운(戰雲)'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오는 주말과 공휴일인 3월 1일 도심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동시에 열려 충돌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셈이다.

24일 촛불집회 주최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는 25일과 내달 1일 각각 제17차·18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을 열겠다고 밝혔다.
주최측은 17차 촛불집회 제목을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로 정하고 박 대통령 사퇴와 헌재의 신속한 탄핵, 특검 연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농단 연루 재벌 총수 구속 등을 외칠 계획이다. 17차 촛불집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주최측은 24일 오후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25일 오후 서울 도심을 거쳐 촛불집회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 집결하는 '1박2일 2차 대행진'을 지난주에 이어 진행한다
퇴진행동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1000만 광장 역사를 쓴 국민이 부정한 권력을 끌어낼 날이 다가왔다"고 선언했다.
이날 촛불집회와 함께 열리는 보수단체의 태극기집회에도 집회 시작이래 최대 인원 운집이 예상된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최하는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도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25일과 내달 1일 서울 도심 광장에서 각각 제14·15차 '태극기집회'를 연다.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은 "어떤 방법으로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와 달라. 한 사람의 손이라도 잡고 함께 나와 달라. 이제 광화문 사거리에서 남대문을 넘어 서울역까지 300만의 기적을 창출해 달라"고 참여를 독려했다. 탄기국은 오는 3.1절 집회에 500만명 집결을 목표로 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박대통령 탄핵 인용·기각 결정시 각각 '내란' '폭동' 등을 선동하는 글들이 이어지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을 항한 신변 위협까지 수위도 높아지면서 무장한 경찰이 24일부터 8명의 재판관 전원을 24시간 근접경호하고 있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도 지난 23일 오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경호과 관계자는 "특검 사무실 인근에 집회시위 대비나 혼잡질서유지, 시설보호차원에서 경비병력을 배치 하고 있는데 여기에 근접경호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수단체 홈페이지 등에는 박영수 특검의 자택 주소가 공개되는 등 압박수위가 고조되는 중이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갈등은 오는 3·1절에 절정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탄기국 측이 애초 촛불집회 매번 신고했던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헌재, 총리공관 등 세가지 코스를 미리 선점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기존대로 행진을 진행하려는 촛불집회 주최측과 신고한 경로로 행진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간 뒤엉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 역시 충돌 사태에 대비해 다수 경찰력을 동원해 집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오는 25일 212개 중대 1만7000명의 경찰력이 서울 도심에 배치하기로 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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