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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효진 "밋밋한 캐릭터, 하정우에게 낚였다고?"
입력 2017-02-24 10:29 
"심심한 듯한 역할, 처음에는 걱정…나무 말고 숲 본 것 같아 만족"
"이병헌 선배와 워밍업, 스릴러에서 또 만나고 싶어요"
"기러기 가족이었던 우리 아빠도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한 남자가 부실채권 사건 이후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로 날아가 마주한 충격적인 일을 담은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를 보며 중반까지는 도대체 왜 '공블리' 공효진이 이 밋밋한 캐릭터를 선택했을까 의아했다.
의문은 중반 이후 풀렸다. 오열하는 한 장면에서 '폭풍 열연'이 느껴졌다. 이병헌이 중심인 이 영화에서 공효진은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한 축을 담당했다.
공효진은 "사실 나도 처음에는 이 역할이 걱정되긴 했다"며 "심심하기도 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성에 안 찼다. 남편과 몇 번의 통화를 할 때 감정을 변화시켜 점층적으로 연기하긴 했어도 잘 보이지 않고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래도 후반부 감정신 덕에 쉽게 간 건 아니구나 생각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영화의 시작은 배우 하정우와의 인연이었다. '싱글라이더'는 하정우가 차린 제작사 퍼펙트스톰의 창립작. 하정우는 '러브픽션'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공효진에게 작품 계획을 물었고, "네가 주인공이야"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설득을 거듭했다. 물론 하정우가 건넸다고 무턱대고 출연을 약속한 건 아니다. 공효진은 "아무리 친해도, 또 우리 아빠가 투자했어도 내가 재미없으면 참여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찍기 전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하)정우 오빠가 의미를 부여하며 건네더라고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기회를 잡았죠. 이병헌이라는 훌륭한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았고요. 이 영화를 통해 나무 말고 숲을 본 것 같아서 좋아요. 덜 한 것도 더 한 것도 아닌 딱 좋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만족하긴 하지만 사실 아쉬움도 있긴 하다. 부부 역할이라지만 이병헌과 붙는 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공효진은 "이번에는 워밍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추후 이병헌 선배와 '연기 배틀' 해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기왕이면 선배와 스릴러 장르에서 만나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민첩함은 보여드리지 못했는데(웃음) 총 잘 쏘는 역할로 민첩함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공효진은 여성 감독들과 인연이 깊다. 이번이 5번('미쓰 홍당무' 이경미,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미씽: 사라진 여자' 이언희)째다. 그는 "사실 여자 감독님에게는 더 살갑게 다가가야 하고, 신경도 써야 하며 챙길 것도 많다"며 "남자 감독님은 여자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얘기하면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는데 여성 감독님과는 협의를 많이 해야 한다. 설득하는 게 어려운데 그런 과정에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들어 여자 감독 작품들도 많고, 며칠 전에는 배우 김민희가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계 '여성 파워'가 강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공효진은 동의하지 않았다.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예전에 전도연 선배, 장진영 선배가 활발히 활동하셨을 때는 작품들이 더 많았죠. 시간과 흐름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큰 영화들이 많이 나오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조용한 기류의 영화들이 나오는 거죠. 그러다가 또 로맨틱 코미디도 나오고요. 우리나라는 유행에 민감하잖아요. 그래도 최근 들어 조금 더 장르가 다양해진 것 같긴 해요. 티켓팅하고 싶은 영화가 많아진 것 같거든요."
공효진이 한국영화 제작의 흐름이라는 중심에 본인이 있는 듯하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그의 작품은 대부분 평타 이상을 기록한다. 공효진은 "어떤 의도적인 선택은 아니다. 내가 무슨 선봉장도 아니고 그냥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는 것 같다. 그저 운이 좋을 뿐"이라고 웃었다.
호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싱글라이더'가 특히 공효진에게 남다르게 다가온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 동생과 함께 아버지와 떨어져 호주에서 머물렀기 때문이다. IMF 때문에 약 3년 있다가 돌아와야 했던 그는 "아빠의 고통이 이 영화의 그것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빠에게 관심도 없었고 생각도 없었는데,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해봤다"고 몰입했다. 그렇다면 추후 가정을 이룰 공효진은 기러기 가족은 꿈도 꾸지 않을 것 같다. 공효진은 고개를 저으며 "기러기 가족도 나름 좋은 것 같다. 더 애틋해지는 감정이 있지 않나. 눈에서 멀어지면 좋아지는 것도 있다.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산 적이 있는데 좋을 때도 있다"고 웃었다.
'싱글라이더'는 복선과 반전이 중요한 영화다. 공효진은 '스포' 금지를 요청했다. "관객이 보는 재미가 중요할 것 같다"면서다. "영화를 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 보는 부분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제가 맡은 수진 캐릭터가 나쁘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수진이 왜 나빠. 가기 싫어하는 사람을 보내놓은 거잖아' 등등 여러 이야기를 하세요.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재훈(이병헌)의 감정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수진을 보면서 자신이 전공한 것들을 꺼내서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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