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김정남 피살 독극물은 신경작용제 `VX가스`
입력 2017-02-24 10:19  | 수정 2017-02-24 10:57
김정남 피살 사건에 `독극물 VX가스`가 사용됨을 확인했다는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에 공문. [박태인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은 24일 김정남의 시신에서 생화학무기의 일종인 신경작용제 'VX가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김정남 시신에서 생화학 무기인 VX가스가 검출됨에 따라 김정남 피살 사건에 북한 정부가 조직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더욱 명확해졌다. ​
VX가스는 무색무취의 화학무기로 그 독성이 너무 강력해 '발명되어서는 안될 화학 무기'로 꼽힌다. 치사량은 흡입시 50mg이며 피부 접촉시 10mg이다. 사람의 피부에 닿는 순간 사망에 이르는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베트남 국적 용의자 도안 티 흐엉(29)이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랐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VX가스에 피부가 노출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연합(UN)은 ‘VX가스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화학무기금지조약(CWC)는 연간 100g이상의 VX가스 생산 및 비축을 금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VX가스가 국제적 기준에서 사용히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물질”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남의 완벽한 피살을 위해 국제 기준을 무시하고 VX가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매일경제가 입수한 말레이시아 경찰 공문에 따르면 김정남 피살 사건에 사용된 독극물 성분을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화학청 과학수사국은 김정남의 시신에서 신경작용제 VX가 검출됐다고 경찰에 보고했다. 또한 공문 뒷장을 살펴보면 'VX가스'가 국제적 기준에서 화학무기로 분류되는 물질이며 이와 관련돼 화학국이 추가 조사 중이라는 내용도 적혀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화학 무기'사 사용되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 독극물 최종 보고서(full report)가 나오기 전 이날 초안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은 VX가스가 북한 당국의 조직적 개입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을 압박하는 카드로 독극물 초안 보고서를 먼저 공개한 것이다.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은 23일 김정남 피살 독극물 보고서는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경찰의 독극물 보고서 초안 공개는 예상외의 조치였다.
VX가스는 '아세틸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로써 신경계에 들어가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저해하는 물질이다. 인체에서 아세틸콜린의 분해가 저해되면 심장 박동수가 감소하고 근육이 수축하며 호흡곤란이 일어난다. 증상이 지속되면 자율신경에 손상을 입혀 숨을 멎게한다. VX가스에 노출되면 아트로핀 등 해독제를 즉시 맞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피해자의 치사율은 100%에 가깝다.
[쿠알라룸푸르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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