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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후지이 미나 "일본의 배두나를 꿈꿉니다"
입력 2017-02-24 09:19 
새 소속사와 한국 활동 박차
"한국어 배우며 슬럼프 극복"
"일본과 한국 활동 병행, 제 욕심이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후지이 미나(29)의 롤모델은 한국의 배두나다. 외국인으로서 일본에서 활동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구사하며 몇몇 작품에 출연해 입지를 다진 배두나는 영화 '공기인형'으로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하는 등 제대로 인정받았다. 후지이가 '일본의 배두나'를 꿈꾸는 이유다.
후지이 미나는 "물론 배두나라는 배우가 너무나 잘해서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배두나라는 배우의 맛으로 영화가 멋지게 완성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보면서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후지이 미나는 지난 2012년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을 통해 한국 시청자들에게 처음 인사했다.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이런 배우가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렸고, 이후 다양한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연기를 시작한 일본에서의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두 나라를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그는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미소 지었다. 최근 신생 기획사 비브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하고 국내 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는 그는 얼마 전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녹화를 끝냈고, 곧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말 그대로 종횡무진이다.

후지이 미나에게 관심 있는 이들은 그가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감동해 한국어 그대로 작품을 이해하고 싶어 한국말을 공부한 걸 알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이니 5년 정도 공부했고, 지금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한국어를 이해한다. 일본인 특유의 발음은 여전하나 의사소통은 완벽하다.
지금은 문제가 없으나 사실 2012년에는 고생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으로 칭찬을 들었어도 한국에서 처음 활동을 했기에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한국 활동에 대해 본인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실망한 적은 없다.
후지이 미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당황한 적도 있고 울기도 했지만 더 열심히 뭔가를 잘해야 한다는 걸 느꼈을 뿐"이라며 "운이 좋게도 오디션을 통해 첫 작품에 바로 합격해 연기할 수 있었다. 행복했던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9살 때 어머니의 권유로 뮤지컬 무대에 섰던 그는 아역배우를 거쳐 17살 때 본격적으로 일본 연예계에 데뷔했다. 한국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일본에서도 존재감을 찾으려고 노력한 그는 "88년생인데 내 나잇대에 개성 있고 매력 있는 분이 많다. 특히 대학 졸업 즈음에 연기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걱정과 고민, 불안감이 있었다"며 "그러던 때에 한국 드라마를 보게 됐고 감명받아 한국어 공부를 했다. 그 뒤로 내 나름의 개성도 찾을 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특히 연기자로서 그런 태도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도전하고 실패하고, 여러 감정을 배워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죠.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슬럼프였는데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이국땅에서 활동과 관련해 사기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안 됐느냐고요? 에이, 제가 돈을 줬거나 하면 걱정했을 텐데 그건 아니라서…. 하하하."
후지이 미나는 "예전에는 다른 나라 언어로 활동하는 게 정말 두렵고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편해졌다"며 "자신감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하거나 무서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3월 개봉하는 영화 '데스노트: 더 뉴 월드'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는 등 다양한 일본 작품에 참여하고 있긴 하나 일본에서의 활동에 전념하면 더 많은 인기를 얻지 않을까. 또 한일 감정 탓 한국 활동을 싫어하는 이는 없을까.
"제 욕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또 일본에서 배운 게 현장에서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배운 것들을 각국에서 표현해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이동하는 건 저만 힘들면 되는 거니까요.(웃음) 한국 예능에 출연할 수 있는 것도 부족하지만 외국인이기에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또 제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걸 알아서 그런지 나쁘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없어요. 주변에 좋은 사람밖에 없어서 그런 걸까요? 헤헤. 일본에서 영화 찍을 때도 다들 한국 활동에 관해서 물어보고 좋은 말만 해주시던 걸요? 혹시 안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분들을 만나고 저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연기자로서의 순수한 마음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후지이 미나는 지난해에는 대만일본 합작 영화를 찍으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 영화 대사가 영어이기 때문에 2년째 공부도 이어가고 있다. "언어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2년 정도 공부했는데 사실 영어가 유창하진 않다. 영어보다 한국말이 편하다"고 웃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와 친분이 있다고 한 그는 "사유리 언니와 만날 때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쓸 정도"라고도 했다. 두 사람 다 한국어에 능통하니 둘의 만남 자체만으로 유쾌한 분위기일 것 같다.
"제가 바라는 건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데 기회가 쉽게 오진 않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난해 쿠니무라 준이라는 대선배가 '곡성'으로 한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제가 제2의 쿠니무라 준이나 일본의 배두나가 되려면 열심히 해야죠. 항상 좋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좋은 사람을 계속 만나고 싶은 바람도 목표라면 목표고요.(웃음) 아, 이창동 감독님의 '오아시스'를 봤는데 감동이었어요. 열심히 하면 언젠간 만날 수 있겠죠? 기대해 주세요."
jeigun@mk.co.kr/사진 비브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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