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조용했던 강남구 대치동·도곡동 일대 재건축 움직임이 바빠졌다. 개포·일원지구에서 오래된 주공아파트를 주축으로 활발히 진행됐던 재건축이 이웃 동네인 대치·도곡동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특히 대치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마아파트(4424가구) 재건축이 35층 규제에 답보 상태에 이르자 숨죽였던 다른 단지들이 '각자도생'에 나선 형국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건너편 은마아파트처럼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미도아파트는 정비계획수립을 위한 용역 발주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21개동, 2435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로 1983년 11월 준공해 35년 됐다. 아파트 면적이 전용 84~191㎡로 중대형 위주로 구성됐다. 최고층수 14층인 중층 단지인아파트인데다가 용적률이 이미 용적률이 179%나 된다는 점은 다소 약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치역에서 가까운 초역세권이고 대치동 유명 학원가가 인접해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1·3 부동산대책 이후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과 학군·학원가 인접성 때문에 가격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전용 84㎡형의 경우 13억~14억원대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다.
역시 은마에서 한 블럭 떨어진, 학여울역 바로 앞 대치 쌍용아파트1·2차도 빠른 재건축 속도로 대형 건설사들 관심이 집중됐다. 2차는 이미 재작년 조합설립인가가 나서 1차보다 빠르지만, 단지는 1차가 630가구로 2차(364가구)보다 커 사업성이 좋다. 양재천을 끼고 있고 영동대로 복합개발의 대표적 수혜 단지로 꼽힌다.
도곡동 일대에서는 매봉역 바로 앞 개포한신이 정비계획 통과를 가장 먼저 이끌어냈다.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 10개동, 825가구로 짓겠다는 정비계획은 이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문제는 인근 개포우성 4차와 5차가 교통 문제를 이유로 개포한신 재건축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김채원 개포한신 재건축추진위원장은 "도로교통 문제로 인접단지가 우리 단지 재건축에 이의를 신청했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3월 중순 경 정비계획이 고시되고, 지역 지정이 확정되면 조합을 설립해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신이 속도를 내자 바로 옆에 붙어있는 개포우성4·5차 움직임도 빨라졌다. 일각에선 이들 단지는 워낙 소규모 단지라 인근 아파트와 함께 통합 재건축을 원할 것으로 분석된다.
4차는 대형 면적으로만 구성된 데다가, 최고 층수가 9층으로 저층에 속해 사업성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된다. 2013년 꾸려진 추진준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의중씨는 "소유주의 76%가 실거주자라 오히려 개포한신보다도 사업시행인가가 빨리 날 것"이라며 "주민들 대상으로 면적에 대한 설문과 분담금·정비구역 지정에 대한 설명회와 강의를 여는 등 재건축 추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면적이 전용 84~152㎡ 대형 평형 위주라 재건축시 중소형 면적을 많이 넣고 1+1 재건축을 할 가능성이 높다. 4차와 달리 전용 70~78㎡ 중소형 면적으로만 구성된 소규모 단지 개포우성5차도 재건축을 추진중이다. 당초 전체가 180가구에 불과하고, 최근 재건축 때 이슈가 되는 상가분쟁 가능성이 없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추진위 구성 후에 큰 진전이 없이 속도가 늦었던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꾸준한 덕분에 시세는 오름새다. 지난해 2월 7억5000만원에 형성됐던 전용 70㎡ 매매시세는 1년 만에 1억 가까이 뛰어 8억원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난해 '11·3부동산 대책'이후 청약 규제가 강화되면서 도리어 안정적 재건축 물건을 찾는 투자자들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박인혜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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