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저평가·수출 날개달고 `박스피` 돌파 시동
입력 2017-02-21 17:37  | 수정 2017-02-21 19:37
코스피, 1년7개월만에 2100 넘어…시총 사상최대 1359조
미국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행진과 국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가 1년7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가 '박스권'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절감·구조조정을 통해 이익 규모를 끌어올린 데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면서 당분간 상승 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혼란과 불황형 이익 증가 여파로 박스권에 다시 갇힐 수 있다는 예상도 적지 않다.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탈출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져 코스피가 2300을 넘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1213억원, 1586억원 동반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8.54(0.89%) 오른 2102.93으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1조6165억원 순매수하며 '바이 코리아'를 유지했다. 코스피 지수가 2100선을 돌파한 것은 2015년 7월 3일 2104.41을 기록한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1359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시가총액 최고치는 2015년 4월 23일 1356조원이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200 선물을 5489계약 순매수하며 향후 상승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전자 우선주 등 시가총액 상위 '톱4'(코스피 전체 대비 시총 2% 이상 종목)가 모두 올랐다. 현대차도 0.7% 올랐는데 주식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우려를 떨쳐내는 대신 현대차의 주주친화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현대차는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한다는 새 배당 정책을 내놨다. 잉여현금흐름은 사업을 통해 번 현금에서 운영·투자비를 뺀 현금 규모를 말한다. 현대차도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주가가 6.3%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누적되는 공매도 부담감을 비웃듯 이날도 각각 전날보다 0.7%, 2% 상승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서 갚는 거래 방식인데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15일 기준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액은 38만1957주로 지난달 2일 10만7079주보다 3배 넘게 늘어났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따른 오너 리스크와 주가 단기 고점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총 주식 수로 보면 공매도 잔액 비중이 고작 0.27%에 불과하다"며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매도 잔액이 급증하고 있지만 예상 실적 호조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심리 변수보다는 수출 지표, 기업 이익, 환율 영향이란 기본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코스피 2100선 돌파에는 수출 지표 호조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1~20일) 수출액은 277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6.2%가량 늘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에 맞물려 부진하던 한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전년 대비 2.5% 늘어나며 순수출로 전환하고서 12월 6.4%, 올해 1월 11.2%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다가 이번에 '깜짝 지표'를 내놓은 것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국 수출 지표 등이 호조를 보이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지난밤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경기 회복(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향후 트럼프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가 투자 포인트로 올해 코스피 상단은 2210선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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