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 자진 하야설에 청와대는 "전혀 검토 안해"
입력 2017-02-21 16:23 

정치권 일각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전 자진 사퇴를 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범보수 정치권이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비상구'를 열어줌으로써 조기 대선 정국에서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범보수 성향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청와대나 대통령은 탄핵심판으로 가기 전에 국민을 통합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있는지 심사숙고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탄핵재판은 사법적 해결이지만 사법적 해결이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며 "사법적으로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로 풀 게 아니라 정치적 해법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21일) 부쩍 많은 언론 사설들이 정치적 해결을 촉구했다"며 "언론은 대통령이 하야 결심을 하고, 정치권은 하야에 따른 사법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만 국론분열이 안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발언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 전에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뜻을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정치적 해법' 주장은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조금씩 분출되고 있다.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지금이라도 탄핵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13일 "저는 작년에 정치권 원로들이 '4월 대통령 퇴진, 6월 대선안'을 제의했을 때부터 이런 정치 해법이 절대적으로 국회의 탄핵 소추에 앞서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탄핵 소추는 정치권의 책임지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정치적 해법론을 재점화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도 지난 17일 "명예로운 결단이 극단적 갈등을 수습하고 안정적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탄핵 인용이 명백한 상황이라면 자진사퇴 결단만이 박 대통령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곧바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고, 구속을 피할 사유도 마땅치않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탄핵 인용 전 자진사퇴하면 전직 대통령 예우를 유지할 수 있고, 여론 향배에 따라 검찰 수사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박 대통령 자진사퇴와 함께 정치권은 '60일간 대선레이스'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 자진사퇴론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참모는 "지금 당장 헌재 출석 여부와 특별검찰 대응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다"며 "현재 자진사퇴는 전혀 고려 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여권 고위관계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헌법재판소가 선고를 서두르는 마당에 자진사퇴는 오히려 부작용이 훨씬 크다"며 "특히 헌재 변론이 사실상 마무리된 단계에서 자진사퇴 카드는 탄핵사유를 인정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대타협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그것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사퇴후 불기소)을 보장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자는 방안에 전격 합의할 경우 청와대도 충분히 자진사퇴 카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 한 참모는 "지난해 11월 3차 대국민담화때 박 대통령 스스로 자진사퇴를 언급한 바 있지 않느냐"며 "합리적인 정치적 해법을 통해 극단적인 국론분열을 막자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정치 원로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모양새가 더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은 이미 모든게 다 흘러간 상황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 들였으면 한다"며 "가능하면 극단으로 가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풀 수 있을 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극단으로 몰아가기 보다는 자진 사퇴로 퇴로를 열어줘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애기다.
박 전 의장은 "작년말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할 때 여야 합의 총리에게 국정 전반을 맡도록 권유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잘 되지 않았다"며 "당시 정치권에서 총리를 새로 세우고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났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내 개인적 찬반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봤을 때 탄핵을 당해 나가는 것보다 탄핵 때문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모양새가 더 낫다"며 "다만 너무 늦어서 실현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야권의 반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특검 연장안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하는 등 박 대통령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해법'을 통해 출구를 모색할 경우 지지자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기현 기자 /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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