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로즈쿼츠·세레니티' 색을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본 화장품 업계가 올해도 색(色) 마케팅을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패션업계까지 가세해 신제품 출시에 한창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색채 전문 회사 '팬톤'은 2017년 올해의 색으로 노란색이 가미된 연두색 '그리너리'를 선정했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황록색에 가까운 색상이다.
아이즈먼 팬톤 색채연구소의 리트리스 연구소장은 "자연, 싱그러움, 편안함 등을 상징하는 그리너리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생동감을 주는 색"이라며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지난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는 색"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팬톤과 직접 협업해 '올해의 색' 마케팅에 먼저 시동을 건 곳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건의 색조브랜드 VDL은 '2017 VDL+팬톤 컬렉션' 11종을 출시했다. 쿠션, 아이섀도, 립 등의 색조 제품으로 구성됐다. 제품의 용기는 모두 관련 색으로 디자인하며 소비자 눈길을 끌었다.
'자연주의'를 강조하는 네이처리퍼블릭 또한 그리너리 마케팅과 브랜드 콘셉트를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브랜드 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일부 제품에는 색상을 입히는 등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외브랜드 공세도 눈에 띈다. 맥은 일렉트릭 펄의 라임 그린 색상을 담은 립스틱 '와일드 엑스트랙트'를 내놨다. 라임 그린 색상의 아이섀도 '쇼크 팩터'도 함께 출시하며 그리너리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매년 팬톤이 발표하는 '올해의 색'은 소비자 이목을 끌기에 효과적인 도구다. 실제 지난해 선정된 파스텔톤의 '로즈쿼츠·세레니티'를 접목한 제품은 소장 욕구를 자극해 브랜드별로 출시제품마다 완판행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국내외적으로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연상시키는 그린(연두색)이 침체된 소비시장에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패션업체들도 색깔 마케팅에 합류해 관련 제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패션 브랜드 MCM은 봄·여름 '펑크 에토스' 컬렉션에서 그리너리 컬러를 재해석한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과 지갑 신제품을 선보였다. '패트리샤' 숄더백은 그리너리 색상과 로열 블루 색상을 대비해 색채감을 강조했다.
패션그룹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쟉은 신제품에 올해의 색깔을 입혔다. 치마바지부터 풀오버, 팬츠 등 남여 골프복에 그리너리 색상을 적용하고 독특한 아트워크를 결합해 브랜드 콘셉트를 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올해 그린계열의 색상은 화장품 자체로 활용되기 보단 제품의 용기나 색채·감도를 조정해 무난한 색상으로 재배치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계절적인 느낌을 강하게 반영한 탓에 봄 시즌에만 한정적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한계점도 있다. 지난해 내내 유행했던 파스텔 톤의 색과 달리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돼 '반짝 관심'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노케미족 등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함에 따라 '그리너리'와 자연 색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면서 "자연주의 콘셉트를 강조해 화장품뿐 아니라 패션, 식품 등 다양한 업계에서도 차별화한 제품 출시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