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가 베일을 벗었다.
21일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화학·식품부문 9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17년도 조직 개편 및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2일, 23일에는 차례로 유통 · 호텔 및 기타 사업부문의 임원인사가 이사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롯데 임원인사는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내세운 경영쇄신안의 의지가 반영됐다. 정책본부 조직 축소·재편과 그룹 준법경영체계 구축이 주요 골자다. 현행 7개부서(비서실·대외협력단·운영실·개선실·지원실·인사실·비전전략실)로 구성돼 있던 기존의 그룹 정책본부는 폐지됐다. 재무·인사·커뮤니케이션·가치혁신팀 등 4개 부서가 합쳐진 '경영혁신실'이 신설됐다.
새로운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경영혁신실의 실장으로는 황각규 사장이,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에는 소진세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황 사장은 첫 경영혁신실장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 전반의 기획, 조정 업무를 책임지게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고(故) 이인원 사장의 공백을 잇는 새로운 '2인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황 사장은 롯데케미칼로 입사한 후 1995년부터 그룹에서 근무했다. 그동안 삼성케미칼 인수 등 대규모 인수 ·합병(M&A)과 우즈베키스탄 화학 플랜트 준공 등 회사 내 굵직한 사업을 성공시키며 롯데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밖에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적인 사업도 도맡은 공로를 인정받아 경영혁신실장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협력단의 소진세 사장은 신동빈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하게 되었다. 회사는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이자 추진력이 강한 소 사장에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롯데그룹은 4개 계열사(화학, 식품, 유통, 호텔·서비스)의 비즈니스 조직(Business Unit, BU)을 나누고 이날부터 BU장 인사를 단행했다. BU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을 위해 관계 계열사들 공동의 전략 수립과 국내외 사업 추진과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단계이기도 하다. 다만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금융사 등은 BU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 신설되는 4개 BU장은 롯데 주력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들이 맡는다. 화학 BU장을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이, 식품 BU장을 롯데칠성음료 이재혁 사장이 맡게됐다.
허 사장이 롯데 화학사를 총괄하는 화학 BU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교현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가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승진한다. 롯데케미칼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해오던 김 신임대표는 14년 타이탄 대표로 부임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신임대표로는 이홍열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신임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롯데엠알씨 대표이사를 맡았다. 최근에는 우즈벡 수르길 가스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2명의 신임대표 모두 해외사업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평소 신 회장이 강조했던 '다양한 경력과 해외 경험을 갖춘 CEO'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재혁 사장이 롯데 식품 계열사를 총괄하는 식품 BU장을 맡게 되면서 신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금까지 이 사장이 롯데칠성음료의 국내외 음료·주류 사업을 모두 챙겼으나 이번 인사에서는 음료BG와 주류BG에서 각각 대표이사를 뽑았다. 음료 BG대표로는 음료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왔던 이영구 음료영업본부장이, 주류 BG대표로는 두산주류에서부터 줄곧 영업을 담당해왔던 이종훈 주류영업본부장이 전무 승진을 하면서 분리 경영을 실시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상품과 마케팅 전문가인 롯데백화점 이완신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로지스틱스는 박찬복 경영관리 · 유통물류부문장이 전무 승진과 함께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여성임원이 추가로 등장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롯데칠성음료의 진은선 상무보가 주인공이다. 또한 롯데제과의 파키스탄 콜손(Kolson) 법인장인 압둘 라티프(Abdul Latif)가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압둘 라티프 상무는 콜손 인수 이후 법인장으로 계속 근무하며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개선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롯데는 "경영쇄신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며 "그간 외형확대에 집중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도덕성과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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