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뷰티의 중동 공략 가속도 `차도르 속 눈화장은 진하게`
입력 2017-02-20 16:21 
더페이스샵의 사우디아라비아 매장 모습

중동 여성들은 차도르(전신을 가리는 망토)를 써도 드러나는 눈 화장에 집중한다. 강렬하고 깊은 눈매를 만드는 아이섀도와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제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중동 여성의 마음을 간파한 LG생활건강이 현지 브랜드숍 '더페이스샵'에 선명한 블랙 색상의 눈썹·아이 메이크업 제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중동 여성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한 더페이스샵은 현재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아르메니아, 바레인 등 6개국에 매장 64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20일 밝혔다.
LG생활건강 외에도 아모레퍼시픽과 토니모리, 닥터자르트 등도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위기에 봉착하자 '포스트 차이나'로 중동 지역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지역에 드라마와 K팝 등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매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부유층 하우스 파티에서는 차도르나 히잡(스카프)을 벗을 수 있는데다가 최근들어 직장 여성이 증가하고 있어 화장품 소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화장품 시장은 2015년 180억달러(20조6000억원)에서 2020년 360억달러(41조300억원)로 5년새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까지 중동 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5%로 남미(14%), 아시아(7%)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동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과 제휴를 맺고 올 하반기 두바이에 색조 전문 브랜드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열기로 했다. 이 곳에서 시장 반응을 살핀 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으로 매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5년 내 중동 지역 연간 매출을 100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모리는 올해 중동지역에 2개 이상의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매장 5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의 중동 지역 매장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지 뷰티 시장을 달군 토니모리 제품은 피부 톤을 밝게 해주는 '토마톡스 매직 마사지팩'. 중동 여성들은 사막 기후에 건조해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마스크 팩과 보습 제품을 선호한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데도 포장 용기가 독특하고 품질이 좋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만족도)'가 높은 화장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피부를 자극하는 모래바람과 높은 기온 때문에 닥터자르트 스킨 케어와 시트 마스크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두바이 등 5개국 세포라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화사한 피부색을 연출하는 더페이스샵의 BB크림·CC크림도 인기다. 국내와 다르게 아주 밝은 00호, 어두운 컬러 03호 등 현지 여성들의 다양한 피부 컬러에 맞춘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다양한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10·20대 소비층을 공략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며 "젊은층이 호감을 가질 수 있는 귀여운 디자인의 색조 제품으로 승부했다"고 설명했다.
중동 여성들은 노출 제한이 없는 손톱 치장에도 공을 들여 메니큐어 등 네일아트 제품이 잘 팔린다. 향수를 뿌리는게 기본 매너인다가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기 때문에 여성 1인당 12개 이상의 향수를 갖고 있으며 매일 2~3개의 다른 향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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