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시입출금 예금 400조 첫 돌파…투자처 못찾은 대기자금 쏠려
입력 2017-02-19 17:46  | 수정 2017-02-19 20:54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400조원 규모로 불어난 것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부동자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대형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겨냥해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특판 수시입출금식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년 정기 예·적금 금리보다 더 높은 2%대 금리를 제시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도 출현했다. 다만 금리 2%대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예치 금액에 대한 상한을 두고 이를 넘어서는 예금액에 대해서는 제로 수준의 금리를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큰 규모로 여유 자금을 굴리는 자산가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분석이다.
19일 매일경제가 시중 은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SC제일은행이다. SC제일은행의 '내지갑통장'은 최고 연 2.8%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 수시입출금 통장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예치금액 50만~200만원 구간에 연 2.1% 금리가 붙는다. 여기에 SC제일은행 신용카드를 30만원 이상 결제하거나 휴대폰 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이 구간에 대해 최고 2.8% 금리를 받는다. SC제일은행의 또 다른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인 '마이플러스통장'은 예치금액 1000만원 이상이면 최고 연 1.3%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정기예금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셈이다.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관계자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에 단기간에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은 안정적인 금리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의 'NH주거래우대통장'도 최고 연 2.0% 금리를 제공하지만 예치금액은 100만원 이하다. 100만원 초과 금액은 기본금리인 0.1%를 적용한다. 예치금액이 100만원 이하인 경우 급여이체 실적, 카드 결제 실적, 적립식예금 실적 등이 있으면 2%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대 시중은행이 운용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평균 1.13%다. 일반 입출금식 예금은 개인형 MMDA를 기준으로 연평균 0.15%에 불과하다. 이들 상품과 비교하면 시중은행들이 조건부로 출시하는 2%대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의 실질금리가 더 높은 셈이다. KEB하나은행은 SK텔레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비결제통장(예치금액 100만원 미만)에 최고 2.0% 금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통신, 카드 등과 연계한 패키지 수시입출금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초저금리 추세로 이자 수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거래 통장 고객을 더 유치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비롯한 각종 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수시입출금식 예금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내맘대로 프리랜서통장'은 최고 금리가 연 0.1%에 불과하지만 수수료 면제나 보험 서비스를 고객이 마음대로 선택하도록 설정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비정기적으로 급여를 받거나 소액의 입금 거래가 자주 발생하는 프리랜서 고객에게 맞는 상품"이라며 "연 1~2% 우대금리를 받는 것보다 수수료 면제 서비스나 보험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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