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리조트가 야외 상황실?…美·日정상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긴박하게 대응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보안 불감증'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이 찍힌 장소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찬을 즐기던 호화리조트인 데다가 클럽 회원들의 눈에 노출된 가운데 미국과 일본 정상이 버젓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중대한 안보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입니다.

13일(현지시간) 매체에 따르면 투자가인 리처드 디에가지오는 11일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처 장면을 찍은 사진 3장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디에가지오는 당시 미·일 정상회담 만찬이 열린 호화리조트 '마라라고'에 초대된 상태였습니다.

디에가지오가 올린 사진을 보면 아베 총리가 몇몇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보고를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베 총리가 보고서를 잘 볼 수 있도록 한 사람이 휴대전화 불빛으로 비추는 모습도 있습니다.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전화하고 두 정상이 논의하는 장면도 담겼습니다.

디에가지오는 "와우, 북한이 일본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만찬에서 한바탕 분주한 움직임을 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었다"는 글도 올렸습니다.

디에가지오가 핵무기 통제 시스템이 담긴 '핵가방'(nuclear football)을 든 사람이라며 그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 역시 공개됐습니다.

사진 공개 보도가 나오고 '보안 불감증' 논란이 퍼지자 디에가지오는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한 매체는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업무를 봤다"고 전했습니다.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호화리조트 마라라고가 '야외 상황실'이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휴대전화 불빛으로 보고서를 비춘 장면을 거론하며 "모바일 기기가 해킹돼 사진이나 영상 조작을 통해 보고서 내용이 유출될 위험성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위터에 "국제 위기 상황을 마치 만찬 극장에서처럼 많은 클럽 회원들 앞에서 상연되도록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보안 불감증'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가 보안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 안드로이드 휴대전화로 트위터를 하는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경쟁자였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는 점에서 철저하지 않은 보안의식은 더욱 문제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메일 스캔들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사건을 말합니다.

논란이 일자 백악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만찬 테이블에선 어떤 기밀자료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