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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경영`으로 날개 단 한라, 취임 1년 맞는 박철홍 한라 사장 인터뷰
입력 2017-02-14 15:11  | 수정 2017-02-14 15:19
박철홍 한라 사장

서울 송파구의 한 오피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한라로(路)'라는 글자가 내다보인다. 출입문이 열리면 IT업계의 '스마트 오피스'처럼 사방이 트인 '한라'의 사무실이 한 눈에 들어온다. 9일 이곳에서 만난 박철홍 한라 사장(60)은 "변화를 위해서는 주변 정리가 필요해 1월에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라며 "수년 동안 적자로 인해 힘들었던 상황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우리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도 밝고 환하게 바꿨다"고 소개했다.
한라는 2016년 결산 결과 턴 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12년 이후 2015년(1144억원)까지 이어진 적자행진을 마감하고 작년에는 13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828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911억원)은 전년 310억원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4분기 영업이익 역시 219억원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은 절반가까이 줄었다. 2015년 409%에 이르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016년 267%로 떨어졌다. 2015년 말 6600억원이었던 차입금은 2016년 말 33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이 늘고 부채비율와 차입금이 줄어들다보니 이자보상배율은 1.0을 넘어섰다. 2015년 말 0.34이던 이자보상배율은 2016년 말 1.8로 6배 가량 늘었다. 기업 채무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미만인 경우 이자비용을 갚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 전환 이후 신용 등급을 하향조정했던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말 일제히 한라의 신용 등급을 'BBB/안정적'으로 올렸고 한라는 올해 초 4년 4개월여 만에 공모채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는데 5년여가 걸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 전반 침제로 이어지면서 2010년 이후 건설업계에서는 시공능력 30위 권이던 벽산건설·삼부토건·신동아건설 등이 줄줄이 도산했다. 한라 역시 2012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취임하고 보니 채무 이자만 매년 700억 여원씩 나가더군요. 그렇다고 우리 직원들을 굶길 수는 없으니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적자의 늪' 속에서 당장 필요한 건 발전에 앞서 '생존'이었다.
박사장은 현금 흐름위주의 차입금과 리스크 관리를 핵심과제로 삼았다. 사업이 지연되던 동탄물류단지를 해외펀드인 ADF 등으로부터 6500억 규모 투자 유치를 받아 630억의 현금을 회수했고 중국 톈진의 주택개발사업 마무리를 통해 현지법인으로부터 총 1454억원을 받았다.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와 엄격한 원가 관리를 진행하면서도 수주 작업은 꾸준히 이뤄졌다. 지난해 12월에만 동탄경부고속도로 직선화 공사와 위례신도시 오피스텔 등 총 4000여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냈다.
조직과 인사 측면에서는 기획형 개발사업과 이를 위한 설계 역할 강화·해외사업 체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현장과 사업본부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미래본부와 IT센터는 각각 한라그룹의 신규사업실과 통합IT실로 합쳐졌다. 이는 사실 기존의 '한라건설'이 2013년 '한라'로 바뀐 연장선상의 변화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그룹 미래전략실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 관련 먹거리 사업을 만들어 2021년 이후에는 비건설 신규사업의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직이 변하면서 직원들이 겪는 고충도 적지 않았다. 박 사장은 '계급장'을 떼고 직접 소통에 나섰다. 현장에서 20여년을 발로 뛴 경험이 발휘됐다.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과장, 대리, 사원을 위주로 모아 서로 힘든 점을 얘기했습니다. 경영자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빈 말이 되지 않도록 해당 현장과 사무실에 날짜를 정해서 게시판에 붙여놓았죠." 작년 6월 300만주를 모집한 한라 유상증자는 임직원들이 대거 신청하면서 청약률이 130%를 기록했다. 정몽원 한라그룹회장이 보답으로 100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할 정도였다.
한라가 백척간두같던 상황을 뛰어넘었지만 올해 건설·부동산 시장은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박 사장은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며 "경영이란 역전의 역전의 역전을 이뤄내는 것 아니겠냐"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라의 올해 목표는 오히려 영업이익 1021억원 초과달성이다. 철도·항만·공항 등 SOC사업외에 기획제안형 사업, 뉴스테이·지주공동 주택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대화 중에 유난히 '변화'라는 말 외에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 사장은 "수치 상 실적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 사장이기 전에 선배로서 후배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는 회사를 만들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들과의 유대 관계도 박철홍 사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12회 건설협력증진대상'을 받은 한라는 매년 '우수협력업체 계약이행보증 면제·하도급 입찰 참여비율 확대·하도급 대금 지급기일 단축'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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