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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주력이 호텔업? 영업부문 주석을 꼭 확인하라
입력 2017-02-14 15: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떤 회사인지 알고 싶다면 영업부문 정보 주석사항 확인부터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47] OO전자, OO건설, OO약품, OO은행 같은 이름을 보면 누구나 이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반면에 그런 표시 없이 사명(社名)을 지은 기업의 경우 이름만 갖고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많다.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같은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알고 있는 유명 기업들이라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인지 알고 있지만 한국 경제에 밝지 않은 외국인이 처음 접한다면 매우 생경할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애플(Apple), 구글(Google), 알리바바(Alibaba), 아마존(Amazon) 같은 기업들도 순전히 이름만으로는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힌트를 얻기가 어렵다
 그런데 요즘은 사명을 통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고는 있는데 실제로는 다른 사업으로 더 큰 매출이나 이익을 올리는 경우들이 많다. 면세점 기업들이 바로 이런 대표적인 사례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 모두 회사명만 들으면 호텔 숙박업이 주업으로 생각되지만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면 내용은 전혀 다르다.
 호텔신라 전체 매출액에서 호텔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8%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업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은 면세점사업에서 창출되고 있다. 호텔롯데 역시 호텔사업 매출은 11% 밖에 안 되고 면세점사업 매출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기업은 이제 회사 성격에 맞게 사명을 변경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만한 때인 것 같다.
 이렇게 회사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면 재무제표 주석사항 중 '영업부문 정보'를 찾아봐야 한다. 회사가 단일 사업을 하는 경우 영업부문이 없지만 이들 기업처럼 여러 사업을 하는 경우 여러 영업부문이 존재하므로 어느 영업부문에서 얼마만큼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창출하는지 확인하고 회사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대한 기여도를 분석해봐야 한다.
 또한 여러 종속기업들과 합쳐서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 대기업의 경우 다양한 영업부문이 존재하는데 이들 기업의 매출 구성을 보면 매우 다양하고,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된 이후로 주(主)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가 되었다. 즉 지배회사(모회사)가 종속회사(자회사)의 주식을 50% 초과하여 보유하거나 50% 미만이어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지배회사가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쳐서 작성해야 한다. 이를 연결재무제표라고 하며 경제 실질에 더 잘 맞는다고 본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는 각각 독립된 법적 실체로 존재하지만 재무제표만은 합쳐서 만드는 것이다. 즉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각각 독립된 상장기업으로 존재하지만 롯데쇼핑이 재무제표를 만들 때는 롯데하이마트의 재무제표를 합쳐서 연결재무제표를 만든다. 이렇게 여러 종속기업들과 합친 연결재무제표를 보면 롯데쇼핑이 백화점기업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불식시키게 된다.
 위의 그림은 시가총액 약 7조원대인 롯데쇼핑의 연결재무제표 주석사항 중 영업부문이다. 회사의 매출액은 29조1276억원인데, 백화점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약 28%에 불과하다. 할인점(롯데마트), 금융사업(롯데카드), 전자제품전문점(롯데하이마트), 편의점(코리아세븐, 바이더웨이), 기타(롯데시네마, 우리홈쇼핑, 롯데슈퍼 등)이 72%를 차지할 정도이다, 롯데쇼핑에 대한 기업 분석을 한다면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의 매출 증감에 대한 추이도 중요하지만, 다른 영업부문들의 실적 증가 및 감소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설탕, 밀가루, 식용유 제품 등으로 유명한 CJ제일제당의 경우 전체 매출액에서 식품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한통운, 택배 등 유통사업부문과 의약품, 기능성음료 등 생명공학부문이 전체 매출액에서 각각 37%, 29%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CJ제일제당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게 비식품영업부문이 총 매출액에서 3분의 2를 기여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모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사업보고서를 열어봐야만 알 수 있는 정보다. 이제 회사명만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사업보고서에 수록된 재무제표 주석사항들을 꼼꼼히 확인해 보기 바란다.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4년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최근 몇 년간은 투자블로그(blog.naver.com/donghm)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많이 하면서 개인투자자, 언론사, 은행·증권·보험사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가 있습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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