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거장의 귀환 윤이상 평전 외
입력 2017-02-14 11:18  | 수정 2017-02-14 11:18


동양과 서양, 남한과 북한을 아우른 특이한 음악가. 서양의 12음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주요음과 농현 위주인 동양적 음악 언어를 구사한 천재. 동백림 사건을 전후로 그의 음악 세계는 대중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하도록 바뀌었는데, 이는 강요된 침묵을 깨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것과 양면을 이룬다.

올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 윤이상의 음악과 삶을 다룬 책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이 출간됐다. 저자 박선욱은 청소년용 평전 '윤이상: 세계 현대음악의 거장', 어린이 인물 이야기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을 비롯해 윤이상에 대한 글을 이전부터 써온 시인 겸 작가다.

통영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던 청년 시절, 그리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유럽에서의 유학생활까지 그는 이 책에서 오랜 시간 금제의 사슬에 묶여 있던 인간 윤이상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낸다. 윤이상은 우리나라의 음악인치고는 드물게도 유럽에서 서구 현대음악의 계보를 당당히 이어받았고,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열어젖혀 제2빈악파의 주역이 된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음악을 넘어 그의 생애까지 올곧게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뭘까? 사람들은 늘 변화를 꿈꾸지만 현실을 쉽게 바꾸진 못한다. 저자 제프 샌더스는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고백한다. 바쁜 일정에 치이면서 좋아하는 마라톤 연습을 일주일에 한 번도 제대로 못 하는 일이 반복되자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을 결심한다. 바로 '아침 5시 기상'이다.

5시 기상은 총 3부로 구성됐다. 제1부에서는 아침 5시가 주는 놀라운 혜택을 강조하며 왜 아침 5시 기상을 실천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는 효과적인 7단계 방법을 간략히 소개한다. 2부에는 아침 기상을 돕는 7단계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마지막 3부에서는 이 7단계를 30일간 차근차근 실천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국의 아침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의 팟캐스트는 미국 아이튠스 자기계발 분야 1위에 오르고, 누적 다운로드 횟수 350만 건을 돌파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변화가 필요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아침 기상을 실천하자.



기발한 소재와 이국적 문체의 작가 김소이 '짧은 소설' 36편을 모아 망상, 어(語)를 내놓았다.

단편소설보다도 훨씬 짧은 이야기 속에 삶에 대한 비애와 회한과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담아낸 김솔은 우리 주위에 살지만 어딘가 이상하다고 손가락질 받곤 하는 사람들에게 주목하면서, 그들의 모습은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며 정작 이상한 것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이 세상이라고 역설한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접한 믿기 힘든 이야기, 작가 자신이 오랜 직장생활과 외국 생활에서 경험한 웃지 못할 비애와 생경한 이야기들이 통쾌하고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신간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는 기원전 200년 로마 제국부터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가뭄까지 지난 2000년 이상 주요 국가적·문명사적 사건마다 작동해 온 '그날'의 날씨를 역사와 함께 풀어낸 책이다. 독일의 의사이자 역사 저술가인 저자는 기후를 통해 문명의 흥망성쇠를 고찰하고, 단기적 기상 조건인 '날씨'의 변화무쌍함을 통해 전쟁의 승패와 역사 속 인물을 그날을 읽어 낸다.

수차례 암살 위기를 겪었던 히틀러는 안개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적이 있는데 1939년 11월 8일 히틀러는 독일 뮌헨의 대형 맥주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그날 밤 베를린으로 돌아가야 했던 히틀러는 자신이 애용하던 Ju-52라는 소형 수송기를 타려 했다. 그러나 그날 뮌헨에 짙은 안개가 낀다는 예보에 따라 기차를 타기로 했다. 열차 시간인 오후 9시 30분에 맞춰 9시 7분 연설을 끝낸 히틀러는 서둘러 맥주홀을 떠났다. 그리고 13분 후 맥주홀엔 원래 히틀러의 일정에 맞춰 미리 설치됐던 폭탄이 터졌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그날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히틀러를 살렸던 안개는 5년 후에는 히틀러를 위기에 빠뜨린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의 '마지막 대공세'로 불리는 벌지 전투가 벌어진 1944년 12월 당시 전투지였던 독일과 벨기에 국경 아르덴 지방에서는 19일부터 짙게 안개가 끼었다.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일 정도의 안개는 12월 22일까지 이어졌다. 악천후는 23일 급반전했다. 시베리아 고기압대가 도달하면서 아침까지만 해도 450∼900m였던 가시거리가 오후에는 5km까지 길어졌다. 맑은 날씨가 4일간 이어지는 동안 연합군 전투기는 1만 5천 회 출격하면서 독일군에 폭격을 퍼부었다. 안개는 28일 다시 돌아왔고 이후 몇 주간 다시 계속됐다. 그러나 나흘간 독일군의 피해가 워낙 컸던 탓에 전투는 결국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극심한 가뭄과 지름 40㎝의 우박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빵값 폭등이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도화선이 됐다거나 1281년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에서 시작된 가미카제(神風) 신화의 기원, 중세 소빙하기와 마녀사냥의 연관성 등 풍성한 얘깃거리가 담겨있다.



가회동, 삼청동에서 익선동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 한옥마을이 언제 어떻게 조성됐는지 그 시작은 1920년대 경성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경성의 '건축왕'으로 불렸던 정세권이 있었다.

정세권은 조선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디벨로퍼)이자 민족 운동가로 일제 강점기 경성(서울)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건설해 도시의 미관을 바꿨다. 그의 삶이 한국 부동산 개발의 역사와 같다. 디벨로퍼란 부지 매입과 기획, 설계, 마케팅, 관리를 총괄하는 부동산 시행사나 개발자를 뜻한다. 부동산 수요를 예측해 주택을 공급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해 토지와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사람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디벨로퍼의 한 예다.

건축왕 정세권의 한옥 대단지 건설은 조선인을 위한 한옥을 개량해 공급하는 것으로 조선물산(한옥)을 장려한 것이었다. '집장사'라는 오명과 비판도 있었지만, 그의 부동산 개발은 일제와 일본인들에 맞서 조선인의 주거지역과 집을 지킨 것이었고, 도시한옥(개량한옥)으로 조선인의 주거방식을 혁신했다. 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여러 채 작은 규모의 주택을 대량 공급한 것은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현대적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고, 부동산 사업가로서 대단지 건설, 주택임대사업, 불황타개 전략 등은 현대적 기업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도시계획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현재적 관점에서 당대 정세권의 부동산 개발을 조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확인해볼 수 있다.



동물 가죽 채취의 야만적 실상을 알려 모피 제품 구매를 꺼리게 만들 수 있을까.

신간 '수치심의 힘'은 수치심의 기원과 사회적 속성을 탐구해, 이를 이용해 정치적 변화와 사회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한다. 집단행동 설계 전문가인 저자 제니퍼 자케는 풍부한 사례와 일화, 그리고 여러 실험을 통해 사회·정치적 변화와 조직 혁신에 수치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저자는 "수치에 대한 두려움은 개인 또는 기관들로 하여금 집단이 용인 가능하다고 여기는 행동을 따르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는 세금 체납자 명단 공개 6개월 전에 체납자들에게 미리 편지를 보내 수치를 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수치심은 인류 공동체의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이자, 집단 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다. 수치 주기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며, 집단의 행동 방식과 규범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수치 주기는 소외층보다는 권력층을 표적으로 삼을 때 더 효과적이다. 그것은 강자의 횡포를 제어할 수 있는 약자의 무기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mbn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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