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추방 작전에 멕시코 등 중남미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주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지역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나서 수백 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중남미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슬람권 7개국가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해 일대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트럼프의 고립주의 조치가 미국 내 불법체류자로 향하면서 '반이민 갈등 2라운드'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멕시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이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 50명을 긴급 인터뷰한 결과 이들 불법체류자 대다수는 법정 투쟁을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멕시코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절반 이상은 추방에 맞서 미국에서 법정 투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가벼운 잘못을 꼬투리잡아 본국으로 내보낼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멕시코 좌파정당인 민주개혁당의 아만도 리오스 피터 상원의원은 "멕시코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멕시코 정부가 마약단속, 테러대응 등에서 미국과의 협조를 중단하고 옥수수 등 미국 농산물 수입품을 다른 나라로 대체해 미국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현지시간) 멕시코 곳곳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멕시코인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멕시코시티와 과달라하라, 몬테레이 등 20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시위가 열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멕시코시티에서만 2만여명이 시위에 참가해 '멕시코는 존중받아야 한다'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과 멕시코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주뉴욕 한국총영사관은 미국 이민국에게 체포 구금을 당할 경우 영사의 접견을 요청해 도움을 받으라는 안내문을 총영사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12일 게재했다.
뉴욕을 포함한 미국 전역에 20만명 가량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미국 교민들도 부쩍 늘었다.
이날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고문은 미국 ABC, NBC, 폭스뉴스 등에 잇따라 출연해 반이민 행정명령이 미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이후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러 고문은 "적대적인 불법 침입자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2차 반이민 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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