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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음악 여행] 볼넷하면 떠오르는 노래, "워크 디스 웨이"
입력 2017-02-13 06:01  | 수정 2017-02-13 07:11
지난 2001년 35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공연중인 에어로스미스 보컬 스티브 타일러. 사진=ⓒAFPBBNews = News1
그녀가 말했어, 이렇게 걸어봐, 이렇게 말해봐. 그냥 키스를 해줘, 이렇게 말이지!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닉스)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 구장은 분위기가 조용하다는 인식이 있다.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홈팀은 나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상황에 알맞는 음악을 트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면, 경기가 시작할 때 블랙 아이드 피스의 렛츠 겟 잇 스타티드(Lets Get It Started)를 틀거나, 홈팀이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을 때 잭슨 파이브의 에이비씨(ABC)를 트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절묘하게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음악은 에어로스미스가 1975년 발표했고 런 디엠씨(Run-D.M.C.)가 1986년 리메이크한 노래 워크 디스 웨이(Walk This Way) 아닐까. 볼넷의 영어 표현 Walk와 노래 제목이 절묘하게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에어로스미스가 토이스 인 더 애틱(Toys in the Attic) 앨범을 제작할 당시 멤버들의 생각이 더해져 완성된 곡이다. 기타리스트 조 페리가 뉴올리언스의 펑크 밴드 더 미터스에서 영감을 얻어 리프를 만들었다.
그다음은 리듬에 제목과 가사를 입힐 차례. 생각이 막힌 멤버들은 머리도 식힐겸 멜 브룩스 감독이 제작한 영화 젊은 프랑켄슈타인을 보러갔는데, 프로듀서 잭 더글라스가 극중에 출연한 마티 펠드먼이 제네 와일더에게 "이렇게 걸어봐"하면서 프랑켄슈타인 흉내를 내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워크 디스 웨이라는 제목을 만들었다. 여기에 메인 보컬 스티브 타일러가 호텔방에서 밤새 머리를 싸매가며 고등학교 남학생이 순결을 잃는다는, 정말이지 그들다운 내용의 가사를 입혔다.
이 노래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0위에 오르며 히트를 쳤다. 에어로스미스가 1970년대 발표한 노래 중 이 차트에서 10위권에 든 곡은 드림 온(Dream On)과 이 노래 둘뿐이다.
그리고 1986년, 이 노래는 흑인 힙합 그룹 런 디엠씨가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한 번 빛을 얻었다. 이들은 단순히 노래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타일러와 기타리스트 페리를 게스트로 초청, 함께 노래를 만들며 락음악과 힙합의 벽을 깼다. 에어로스미스와 런 디엠씨가 두 개의 분리된 스튜디오에서 서로의 노래를 소음으로 여기다 벽을 부수고 무대에서 합동 공연을 하는 내용의 뮤직비디오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 노래는 빌보드 핫 100 차트 5위 안에 진입하며 힙합이 주류 음악으로 들어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리메이크 작업은 에어로스미스에게도 다시 한 번 부흥의 기회를 마련해줬다. 약물, 알콜 중독과 핵심 멤버의 탈퇴에 1985년 발매한 앨범 던 위드 미러스(Done with Mirrors)의 흥행 실패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이들은 이 합동 작업으로 다시 인기와 에너지를 얻었다. 이후 1987년 앨범 퍼머넌트 베케이션(Permanent Vacation)을 발표, 멀티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이 앨범에 수록된 싱글 듀드(Dude (Looks Like a Lady))도 탑 40 차트에 오르면서 장수 그룹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워크 디스 웨이는 홈팀이 볼넷을 얻었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 노래는 2001년 1월 열린 35회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에어로스미스가 당시 잘나가는 인기가수였던 엔싱크(NSYNC), 브리트니 스피어스, 메리 J. 블라이지, 넬리와 함께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하프타임쇼를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 구장에서는 어느 팀을 가릴 것 없이 홈팀 타자가 볼넷을 고르면 이 음악이 사용된다. 빠른 비트에 경쾌한 기타 리듬이 더해지면서 그다음에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거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힘이 있는 그런 노래다. 물론 원정팀에게는 뭔가 불안한 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리듬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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