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미사일도발] 美·日 정상 "용납 못한다" 한목소리
입력 2017-02-12 16:42  | 수정 2017-02-13 17:07

플로리다 휴양지에서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만찬을 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오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이례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했다.
두 정상은 특히 북한이 미·일 정상회담 직후를 미사일 발사 시점으로 잡은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방위협력 약속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보고 더욱 엄중한 대응 필요성에 공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개인 소유인 마라라고 리조트 만찬 직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소집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절대 용납 불가' '안보리 결의 완전한 위반' 등 강경한 어조로 북한을 비판했으며 길지 않은 성명으로 선명성을 더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 '미사일' 등의 언급을 자제한 채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말로 힘을 실었다.

전날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강력한 북한 대응을 합의한 이후, 북한 도발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아시아의 대리인격으로 인정하는 구도가 된데 대해 아베 총리의 얼굴엔 기세등등한 표정이 묻어났다.
질의응답은 없었다. 앞서 백악관 풀 기자단의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섣부른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과 더불어 중국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저녁 8시부터 플로리다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내외의 만찬에서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책 마련이 대화 주제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에 배석한 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 역시 북한에 대한 엄중 경고 필요성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골프 라운딩에서 돌아온 직후 일본 현지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사태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확보한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엄중한 공동대응을 약속한 직후인 터라 아베 총리의 지시는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총리관저에 나와 아베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전하며 "아베 총리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정보수집에 전력을 다하고 국민에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예측할 수 없는 사태에 만전을 기해 대비하라는 3개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어 스가 장관과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총리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스가 장관은 "현 시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일본의 피해는 확인된 것이 없지만 항공기, 선박 안전 측면에서 매우 문제가 있는 행위"라며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은 유엔 안보리에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낼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사와 관련해 한·미·일의 정보공유 등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방위성은 정보수집과 분석, 경계감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베 총리와 별도로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 대해 별도의 브리핑을 받았다. 백악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일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미·일 양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추가도발을 삼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미·일 동맹은 일본의 안보를 충분히 보장한다. 미국은 전방위 군사력을 통해 본토와 외국의 미군, 동맹을 완전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국 공동성명에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UN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우선 순위가 매우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 역시 북한 위협을 거론하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촉구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미·일 양국이 안보동맹을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중국에 대한 견제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고, 그리고 강경한 대북제재 지속 필요성 등에서 공통의 인식을 구축했으며 향후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달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자, 다음 날인 2일 트위터에서 "북한이 미국 일부 지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한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전 7시 55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노동 또는 무수단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비행 거리는 500여km로 추정됐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 정부 들어 처음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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