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2월 9일 뉴스초점-그래도 따뜻한 대한민국
입력 2017-02-09 20:13  | 수정 2017-02-09 20:40
꼬불꼬불한 글씨로 써 내려간 처벌불원서.

지난해 12월 부산 한 경찰서에 전달된 겁니다. 경로당 총무의 애틋한 마음이 적혀 있죠.

배가 고프고 돈이 없어 몰래 경로당에 들어와 밥과 김치를 훔쳐 먹다 붙잡힌 젊은이를 용서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담당 경찰관은 붙잡혀 온 젊은이에게 밥을 사 먹으라며 돈을 주고 일자리도 알아봐줬죠. 용기를 얻은 젊은이는 나중에 경찰서를 찾아 3만 원을 갚았습니다.

할인점에서 1,100원짜리 막걸리를 훔친 20대 청년. 이 청년은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러운 실직에 며칠간 수돗물로 배를 채운거였고, 이 안타까운 이야기에 그를 돕겠다는 손길이 전국에서 이어졌죠.

동전이 수북이 쌓인 이곳은 충남 논산시청입니다. 16만 원. 해장국집 할머니가 어려운 사람에게 써달라며 저금통을 털어 기부한건데, 당시 할머니는 금액이 너무 적을 것 같다며 현금 50만 원을 더 보탰다고 하죠.

현대판 장발장의 주인공이 된 청년은 어릴적 부모님을 여의고 한글도 배우지 못했지만 도둑질이 잘못인 건 알았기에 밥을 훔쳐먹은 뒤 설거지라도 해야겠다며 청소를 하고 나왔고, 조선소에서 일하다 실직한 청년은 이틀간 수돗물로 배를 채울만큼 절박했지만 절도가 죄인 걸 알았기에 눈물로 그 죄를 뉘우쳤습니다.


이에 반해 뇌물을 주고, 인사청탁을 하고, 부정입학에, 국정개입까지.

소소한 절도죄와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죄를 저지르고도 억울하다며 항변하는 그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일까요.

앞서 말씀드린 몇가지 사례로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더라도, 그래도 법과 도리를 지켜가며 사는 우리의 모습이 그저 눈물겹고 또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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