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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PEF, 부실기업 살리는 구원투수로
입력 2017-02-09 17:53  | 수정 2017-02-09 23:23
◆ 레이더M ◆
중견 사모펀드(PEF)가 구조조정 시장에서 부실기업 재무 개선을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PEF의 구조조정 시장 참여 확대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조조정 시장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PEF 운용사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다. 키스톤PE는 지난해에만 3건의 구조조정 딜을 성사시켰다. 자율협약 중인 동국제강이 재무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농기계 제조업체 국제종합기계를 6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부건설의 경영권을 2060억원에 인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설계 자회사인 디섹 인수에도 성공했다. 현상순 키스톤PE 대표는 "경쟁이 심한 일반 인수·합병(M&A) 시장보다 구조조정 시장에서 더 경쟁력 있는 매물을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회사를 잘 아는 같은 업종의 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끌어들이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키스톤PE는 동부건설을 인수할 때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전체 인수대금 중 3분의 1인 700억원을 투자받았고, 국제종합기계는 동양물산기업과 손잡고 지분을 인수했다. 디섹 역시 해양플랜트 기업인 융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했다. 키스톤PE는 인수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이 밖에도 삼부건설공업(모회사 법정관리) 영화엔지니어링(법정관리) 등 다른 구조조정 딜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음PE의 동아원그룹 인수는 PEF가 참여한 구조조정 딜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동아원이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이음PE는 사조그룹과 손잡고 동아원에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해 3개월 만에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음PE는 최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산은캐피탈과 함께 1000억원 규모 조선해운 구조조정펀드도 조성했다. 또 부실채권 운용사에서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거듭난 유암코도 지난달 법정관리 중인 영화엔지니어링을 인수해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조조정 시장에서 PEF 활약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의 투자 환경은 녹록지 않다. 부실기업에 투자하다 보니 공제회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방재정공제회를 비롯해 한두 곳 정도가 그나마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돼오다 폐지됐던 '기업재무안정 PEF'가 지난달 말 다시 상시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기업재무안정 PEF는 투자금의 50% 이상을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관련한 회사채,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는 PEF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재무안정 PEF 규모는 총 5조2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7.34% 성장했고, 펀드 수도 31개에서 46개로 늘어났다. IB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에도 구조조정 딜에 참여하면 향후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점을 주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시장이 지금보다 2배 정도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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