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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색한 변명입니다` 서울시의 재건축 35층 규제 해명
입력 2017-02-09 17:42 

서울시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 재건축 35층 층수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궁색한 변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서울시는 "일부 왜곡된 주장과 잘못된 인식으로 기준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35층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35층이라는 숫자가 나온 근거에 대해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국장은 "용도별 용적률을 비례적으로 분석하면 35층이 수용 가능한 숫자"라며 "경험적으로 봐도 수용할 수 있는 층수"라고 설명했다. 용적률이 150%인 1종일반주거지역은 4층, 200~250%인 2종주거지역이 최고 25층이니 용적률이 최대 300%인 3종주거지역은 35층이 적합하다는 논리다. 아울러 층수 규제가 없었던 과거 사례를 봐도 용적률 규제 때문에 평균적으로 35층을 넘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주장에 대해 "여전히 어떻게 '35층'이라는 숫자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서울시 해명에 오히려 궁금증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전문위원은 "용적률 제한이 있으면 어차피 그에 맞춰 높이를 정할 수밖에 없다"며 "용적률이라는 용어 자체가 층수에 대한 제한까지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 등을 비교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해명이 아니라 분석이 아니라 '제논에 물대기'식 해명에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김 국장은 또 2009년 한강공공성 재편계획 당시 25%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단지를 허용했지만 지금은 기부채납 비율이 15%로 내려갔으니 층수도 낮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위원은 "기부채납과 층수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원래 도로나 임대주택 등 조성은 국가의 의무인데, 공공이 해야할 일을 담보삼아 층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과거 사례를 토대로 '35층'을 못박았듯이 층수 규제가 없던 시절에도 35층 안팎의 건물이 대다수였다면 굳이 층수를 제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용적률이라는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층수를 또 제한하는 것이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다. 한 10대 건설사 임원은 "용적률과 층수를 모두 규제하면 '박스형'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스카이라인을 성냥갑처럼 답담하게 만든 주범이 바로 용적률과 층수 중복 규제란 지적이다.
시는 그동안 법이나 조례가 아닌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한강변에 획일적 경관을 만드는 '35층의 덫'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시는 35층 이하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층수 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5층 유지 필요성에 대해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날 "최고 높이 22층으로 결정된 한남3구역 사례를 보면 주어진 개발 밀도를 충족하면서도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남3구역은 평지가 아닌 남산 주변 단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남산 앞에 위치해 있으니 남산을 보존하기 위한 특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35층 규제 논란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남뉴타운은 15년 가까이 층수 논란 때문에 개발이 안됐던 곳이라 오히려 사례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또 서울시는 용적률 300% 기준으로 건폐율 20%(건물이 용지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건물을 짓는다면 평균 높이가 15층에 불과하다며 35층 규제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단지를 가보면 20% 건폐율만 돼도 주거 쾌적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했다.
이날 시가 층고제한을 수용한 예로 든 한남 3구역도 최고 22층으로 층수를 낮추는 대신 건폐율이 43%로 올라가 건물과 건물사이 공간이 없어 답답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35층 규제를 만들 당시 충분한 시민과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었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 이석주 서울시의원은 "당시 시민 의견 192건 중 높이에 대한 얘기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충분한 공론화가 안돼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서울시가 모든 지역을 똑같이 바라보고 규제를 하는 것 자체가 획일적"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날 "서울시는 개별 단지 차원이 아닌 도시차원에서 관리하고 하는 만큼 일관성 있게 기준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시가 35층 기준을 흔들 경우 각 조합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제시하며 재건축 사업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각 단지나 지역별로 자연 환경과 여건이 다른데 어떻게 35층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활용하냐"며 "그렇다면 남산 바로 앞에 35층을 지어도 된다는 뜻인가"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편 이날 김 국장은 "잠실 주공5단지는 잠실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용도를 준주거로 변경해 50층 논의도 가능은 하지만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35층 이상 논의를 할 수 있는 지역 자체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기정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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