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외부감사인의 의견에 따라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딜로이트안진이 이번 대우건설 감사 때 유독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댔지만 대우건설은 이미 작년 3분기 의견 거절을 받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작년 연간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고 일시적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이게 됐지만 증시에서는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대우건설 주가가 9.16%나 상승했다. 향후 대우건설 경영권 매각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대우건설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0조9857억원의 매출과 50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대우건설의 연간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79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자본잠식이 불가피해졌다. 2015년 말 기준 자본총계인 2조8307억원에서 794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차감되면 자본총계는 2조363억원으로 줄어들어 자본금(2조781억원)보다도 작아진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1조1790억원에 달하던 해외 미청구공사도 6376억원을 한번에 손실로 털어냈다.
가장 큰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플랜트 현장과 알제리 RDPP 플랜트 현장에서 발생한 빅배스였다. 발주처의 사업용지 인도가 늦어지면서 자잔 현장에서 45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이, RDPP 현장에서 11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를 모두 비용처리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예상할 수 있는 어렵고 힘든 부분을 투명하게 정리해야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봤다"며 "대우건설에 대해 '제2 대우조선해양'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부터 대규모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사우디 자잔 현장에서 6000억원 규모의 클레임을, 알제리 RDPP 현장에서 1500억원 규모의 클레임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이 중 일부를 발주처가 인정할 경우 이익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가 제기하는 클레임의 50%가량은 발주처에서 돌려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 대우건설은 이 같은 기대감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익 전망치를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대우건설이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체 매출에서 절반가량 차지하는 주택 및 건축 사업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해외 플랜트 부문 손실 감소로 전반적인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이번에 잠재 부실을 한번에 털어낸 것은 엄격해진 감사 환경 때문"이라며 "강도 높은 감사 잣대가 다른 건설사들에도 적용되면 건설업계 전반의 회계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현금유동성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2401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작년 말 기준 749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 지분 등을 매각하고 울산 S-Oil 잔사유 고도화 프로젝트에서 추가적으로 2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빅배스 :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으로 향후 잠재적 부실 요소까지 모두 손실로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김대기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9일 대우건설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0조9857억원의 매출과 50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대우건설의 연간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79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함에 따라 자본잠식이 불가피해졌다. 2015년 말 기준 자본총계인 2조8307억원에서 7944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차감되면 자본총계는 2조363억원으로 줄어들어 자본금(2조781억원)보다도 작아진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1조1790억원에 달하던 해외 미청구공사도 6376억원을 한번에 손실로 털어냈다.
가장 큰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플랜트 현장과 알제리 RDPP 플랜트 현장에서 발생한 빅배스였다. 발주처의 사업용지 인도가 늦어지면서 자잔 현장에서 45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이, RDPP 현장에서 11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를 모두 비용처리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예상할 수 있는 어렵고 힘든 부분을 투명하게 정리해야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봤다"며 "대우건설에 대해 '제2 대우조선해양'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올해부터 대규모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출 11조4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전망치로 제시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사우디 자잔 현장에서 6000억원 규모의 클레임을, 알제리 RDPP 현장에서 1500억원 규모의 클레임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이 중 일부를 발주처가 인정할 경우 이익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건설사가 제기하는 클레임의 50%가량은 발주처에서 돌려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날 대우건설은 이 같은 기대감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익 전망치를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대우건설이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전체 매출에서 절반가량 차지하는 주택 및 건축 사업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해외 플랜트 부문 손실 감소로 전반적인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이번에 잠재 부실을 한번에 털어낸 것은 엄격해진 감사 환경 때문"이라며 "강도 높은 감사 잣대가 다른 건설사들에도 적용되면 건설업계 전반의 회계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현금유동성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2401억원의 현금이 유입돼 작년 말 기준 749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 지분 등을 매각하고 울산 S-Oil 잔사유 고도화 프로젝트에서 추가적으로 2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빅배스 :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으로 향후 잠재적 부실 요소까지 모두 손실로 회계장부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김대기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