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조선해양이 넘어야 할 가파른 언덕 3개
입력 2017-02-09 17:04  | 수정 2017-02-09 17:34

오는 4월 21일 4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70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권단과 대우조선해양이 또 한차례 기로에 섰다. 필요한 최소한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달중 소난골 드릴십 운용계약을 성공시키고 다음달에 주식거래가 재개되는 한편 4월중 적정수준의 수주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등 3번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어느것 하나 삐걱거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최대 1조원 이상의 추가 자금투입과 회사채 채무재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조건부 자율협약 등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번째 고비는 소난골(앙골라 국영석유회사)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 2기 인도 협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말까지 드릴십 운용(O&M)사를 선정하고 시추한 원유를 판매할 차터(용선사) 선정까지 마무리한뒤 늦어도 상반기중 1조원의 인도대금중 일부라도 받는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SPC(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선박을 인도하고 인도대금 일부를 SPC에 출자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SPC 출자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인도대금을 한번에 최대한 많이 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원에 가까운 인도잔금중 많게는 8000억원을 3월까지 받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지만 유가가 50달러 초반대에 정체된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 고비는 3월중 예정된 주식 매매거래 재개다. 대우조선해양은 자본잠식과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말 대규모 자본확충으로 상장폐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형식적인 재무요건은 충족했지만 한국거래소는 향후 경영전망 등을 감안해 대우조선해양 주식거래 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식거래 재개에 실패하면 그만큼 앞으로의 사업전망이 어둡다는 인식이 확대재생산되면서 향후 추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올해 첫번째 회사채 만기 도래 시점인 4월까지 계약금 기준 1조원 상당의 수주가 이뤄질지 여부도 회사와 채권단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운영자금 약 11조원(매월 최소 8000억원 기준)과 회사채 상환액(11월까지 9400억원)을 합쳐 약 12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연내 인도예정선박 64척이 모두 성공적으로 인도되더라도 들어올 돈은 10조원에 그친다.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해 최대 1조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부족자금은 최소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가뭄의 단비처럼 지난 9일 미국 에너지기업 엑셀러레에트 에너지사와 LNG-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7척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진단이다. 7척 전체 수주금액은 16억달러(1조8000억원)로 초대형 계약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가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RU 1척만 우선 발주된다"며 "1척당 가격은 2500억~3000억원수준으로 통상적인 계약금 10%를 감안하면 실제로 3~4월 중 대우조선해양에 유입되는 현금은 300~4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한척이라도 선박수주를 더 늘리기위해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글로벌 발주처 미팅을 위해 미국 텍사스 협상을 마친 후 바로 영국 런던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 사장은 2~3월 두 달간 해외에서 글로벌 선주들을 대상으로 세일즈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방산부문에서 큰 딜(계약)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4월전 추가 수주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다만 수주성과가 적정 수준을 밑돌 경우 한진해운이나 STX조선해양을 법정관리로 내몬 자금부족(현찰시재금부족)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경우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추가 혈세 투입 논란을 무릅쓰고 신규자금 지원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지웅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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