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친박층 지지 흡수한 황교안, 손에 쥔 막강 권한은 `탄핵·특검·대선`
입력 2017-02-09 16:23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조기 대선 레이스가 맞물린 현 정국에서 '키 플레이어'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급등은 탄핵소추안 인용에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 그리고 대선 경선구도 등에도 황 권한대행이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은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 불발, 헌법재판소의 판결 지연 가능성과 함께 탄핵인용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적잖이 당황하면서 내달 13일(이정미 재판관 임기 만료) 이전 헌재의 조기 인용과 특검 기간 연장에 총력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 黃, '전략적 모호성' 유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2.5%p·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5%포인트 오른 15.9%로 안희정 충남지사(15.7%)를 오차범위 내에서 소폭 앞섰다. 정치권에선 보수층 일각에서 탄핵소추안 인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기류가 지지율 상승에 반영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황 권한대행 지지율이 탄핵반대 여론의 '척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은 긴장하고 있다.
특검 연장도 사실상 황 권한대행이 열쇠를 쥐고 있다. 야3당과 바른정당까지 나서 특검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승인권을 지닌 황 권한대행은 아직 '노 코멘트'다. 최순실 특검법 9조에 따르면 특별검사가 기간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 승인을 받아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연장 승인요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에 하고, 대통령은 수사기간 만료 전에 승인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특검은 이달 28일 종료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황 권한대행이 연장을 불허할 가능성에 대비해 1차 수사기간 자체를 70일에서 120일로 늘리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야권 연대를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킬 물리력은 충분하지만 새누리당 반대로 인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도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권한대행이 아무런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가정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탄핵심판 때까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 야권, 탄핵 이상기류에 긴장
탄핵심판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의 반발이 강화되면서 정치권은 대대적인 충돌 전야(前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특검연장을 거부하면 그때부터 민주당은 황 권한대행과 무한투쟁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의식해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국회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들렸다.
반면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권이 탄핵심판 인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압박을 넘어 협박과 공갈"이라며 "헌재 독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반발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에게 특검 연장과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용하라는 야당 압박에 대해서도 "의회 권력을 잡았다고 반헌법적 독재를 하겠다는 태도"라며 "황 권한대행까지 탄핵해 무정부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때 특검연장에 대해 반대한다는 오해 속에 소속 의원들이 항의문자까지 받았던 바른정당은 이날 특검연장이 안되면 특검법 개정에 앞장서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야권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지지율에 미칠 이해득실을 따지며 '온도차'를 보였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민주당 주자들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직접적 압박에 앞장 선 상태다. 이 시장은 이날도 "정치권은 선거에만 매몰돼 탄핵 완성을 외치는 촛불 앞에 눈을 감고 있다"며 "야당 경선 후보들이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탄핵인용 결정을 관철해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비해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회가)탄핵안을 가결시킨 그 이유대로 (헌재가)가부를 빨리 결정하는 것만이 국정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동조했으나 더 이상의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이날 "일관되게 대통령 탄핵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도 "헌법에 따라 탄핵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와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문 전 대표를 겨냥해 "(탄핵)인용이 안 되는 것을 가정해 촛불을 더 밝히자고 하는 말씀은 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신헌철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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