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보급` 한국 최초의 초조대장경이 경매에 뜬다
입력 2017-02-09 14:47 

우리나라 최초의 초조대장경(初彫大藏經)이 경매에 나온다. 국보급이다. 케이옥션은 "22일 올해 첫 메이저 경매에 11세기 고려 현종(1011~1031) 당시 제작된 '유가사지론 권66'이 출품된다"고 9일 밝혔다. 추정가는 9000만원에서 2억원 사이. 이미 명지대학교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개인 소장자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가사지론 권15, 권17, 권32, 권53'은 각각 국보로 지정돼 있다. 재조본 네 권 역시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고려 현종 때 제작한 초조본인 만큼 국보에 지정된 네 권의 작품 가치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 케이옥션의 주장이다. 고서학 전문가인 김영복 씨는 "습기 먹은 자국이 있지만 그리 큰 흠은 아니다. 특히 목판을 찍고 난 뒤 인쇄본에 각필의 흔적이 있는 것이 가치를 더한다"고 밝혔다. 각필이 있는 초조본이 국내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장경에서 '권'이라는 단위는 길이 4~5m 되는 두루마리 하나를 일컫는다. 유가사지론은 총 두루마리 100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초조본은 10권 정도 밖에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매에 나온 것은 그 중의 하나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목판대장경은 초조본 이후 100여년 뒤인 고려 고종 때 재조본을 찍었던 경판이다.

초조대장경은 중국 북송(北宋)의 관판 대장경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간행한 한역(漢譯) 대장경. 거란군의 침입으로 남쪽으로 피한 현종이 국론을 통일하기 위해 대장경을 조성한 것이 초조대장경이다. 고려의 불교적 역량과 목판 인쇄술의 발전이 결합된 귀중한 우리 문화 유산인 셈이다.
특히 북송판에 비해 고려판은 글씨가 훨씬 정교하게 판각되어 있어 고려의 뛰어난 목판 인쇄술을 아낌없이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가사지론'은 당시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의 경지를 논한 불교 경전이다.
22일 경매에는 유가사지론을 포함해 총 179점(추정가 85억원)의 미술품이 쏟아진다. 최고작은 김환기의 유화인 '19-V-69 #57'로 추정가는 10억에서 18억원 사이. 추사 김정희의 '사공도시집'과 함께 그의 지란지교였던 초의선사의 '준제대명신주', 이재 권돈인의 '추사진상찬시축'이 출품돼 옛 명필의 기량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단원 김홍도의 '금강사군첩', 석봉 한호의 '한석봉첩'도 출품됐다.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 대표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과 천경자, 이대원, 이인성 등 인기 구상 작품도 경매를 풍성하게 한다. 11일부터 경매 당일인 22일까지 신사동 케이옥션 아트타워 전시장에서 프리뷰가 진행된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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