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는 놈이 더 무서워"…농아인이 농아인들 상대 투자사기 280억 피해
입력 2017-02-09 13:50 

전국 농아인 수백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수백억을 가로챈 '농아인 투자 사기조직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대규모 사기를 저지른 이들도 농아인으로 같은 처지의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여 초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일반 유사수신행위와 비슷한 수법이지만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유사수신행위 경제사범과는 달리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처음으로 적용해 구속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행복팀' 총책 김모(44)씨와 중간책임자 등 8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피해 농아인들을 회유?관리한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을 운영하며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며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여억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다. 이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농아인들이 폐쇄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주로 SNS를 통해 교류하는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또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대응하면서 농아인들이 투자를 거부하거나 조직을 탈퇴하려고 하면 단체로 몰려가 협박을 하거나 회유를 하는 수법을 썼다.

'행복팀'은 내부에서 '제일 높은 분'으로 통한 총책 김 씨 밑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추고 전국 조직을 대전팀, 경기팀, 경남팀, 서울팀 등 4개로 나눠 운영됐다. 각 팀을 총괄하는 지역대표는 팀원들에게 지시해 농아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현금화해 김 씨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을 했다. 또 피해 농아인들로부터 '충성맹세서'를 받거나 '대표·팀장을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조직을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이고 3대까지 거지로 만들 것이다' 등 행동강령을 만들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형편이 어려웠고 금융지식도 부족했던 피해 농아인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자동차?휴대전화 담보대출과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고급 전원주택에서 살던 총책 김 씨는 수억원대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가며 탔고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역대표들 주거지 등에서 현금 약 7억원과 범행에 사용된 통장 160여개, 외제차 13대를 압수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6억원까지 '행복팀'에 투자했으며 피해금액은 최대 300억∼400억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농아인들을 대변하고 이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농아인협회 간부들도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김 씨에게 자신 명의로 외제차를 구매해 주거나 경찰 추적을 받을 때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농아인협회 시도협회장 가운데 한 명도 조직운영과 투자금 갈취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행복팀은 피해자들을 주변 인물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수년간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세뇌 교육을 반복해 수사가 진행된 후에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는 농아인들이 많았다"며 "여전히 사기행각을 모르는 이들이 있어 피해금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창원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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