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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오설리반 "이기는 팀의 분위기, 넥센에서도 느끼고파"
입력 2017-02-09 06:01  | 수정 2017-02-09 06:17
오설리반은 넥센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다. 8일(한국시간) 불펜 투구를 하는 모습. 사진(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2016년 가을 어느날, 션 오설리반(29)은 가족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와중에 에이전트에게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한국에 있는 히어로즈라는 팀이 너를 원하고 있어."
"그 전화를 받고 하루종일 머리속이 복잡했다." 8일(한국시간) 넥센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만난 오설리반은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4~5년전에도 한국에서 영입 제의가 왔다. 그때는 해외에서 뛸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했고, 빅리그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기회가 있었고 빅리그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5일마다 꾸준히 선발로 나와 던지고 싶었다. 특히 히어로즈는 좋은 팀이고, 연고지도 서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히어로즈라는 팀 이름을 처음 들은 그는 그 팀을 잘알고 있을 선수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선수들이 정말 좋은 얘기만 해줬다. 새로 들어온 선수를 얼마나 잘 대해주고, 팬들도 멋지고, 새로운 경기장도 멋지다고 들었다. 아내와 의논했고,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설리반은 자주색 넥센 유니폼을 입게됐다.

오설리반이 말하는 "이기는 팀"
2005년 드래프트에서 LA에인절스에 지명된 그는 스물 한살의 나이인 2009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두 번째 시즌에 캔자스시티 로열즈로 트레이드됐고, 그곳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캔자스시티에서 두 시즌동안 26경기(선발 23경기) 평균자책점 6.63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그는 2012년에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보냈고, 이후 FA가 된 뒤 매 시즌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1년짜리 계약의 연속이었다. 어려웠다. 매년 새로운 팀에 가서 팀 분위기를 다시 익혀야 했다. 모든 것이 좋다가도 시즌이 끝나면 다시 다른 팀을 찾는 처지가 계속됐다."
오설리반은 이후 샌디에이고(2013), 필라델피아(2014-2015), 보스턴(2016)에서 1년 계약을 갱신해가며 선수 생활을 했다. 2015년에는 13경기에 선발로 나와 1승 6패 평균자책점 6.08을 기록했다. 지난 4년간 가장 많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소화한 시즌이었다.
평탄한 선수 생활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의 경력에서 내세울 게 있다면, 이기는 팀의 분위기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에인절스에서 보낸 첫 두 시즌 팀이 연달아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도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구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이기는 팀의 분위기에 대해 말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오면 매일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있다"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의 새로운 팀 넥센도 지난 몇년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KBO리그의 이기는 팀이다. 그는 "그런 분위기를 이곳에서도 느끼고 싶다"며 이기는 팀문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선수들이 모두 자신감이 넘치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여기에 나도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여하겠다. 내가 던지면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싶다."
오설리반은 신인 시절 에인절스에서 지구 우승을 경험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땅볼은 담장을 넘기지 않는다"
오설리반이 새로 도전하게 될 KBO리그는 투수들에게는 아주 힘든 리그 중 하나다. 지금까지 숱한 이방인들이 야심찬 꿈을 안고 도전했지만, 이중 대다수가 쓸쓸히 짐을 싸고 돌아갔다.
이 악명을 잘 알고 있는 오설리반은 누군가 자신에게 해준 말이라며 "땅볼은 절대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을 해줬다. 뜬공을 피하고 땅볼을 유도하며 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 "우리 팀은 좋은 수비를 갖고 있다"며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그는 한 가지 말을 더했다. "내가 정말로 통제할 수 있는 것만 신경쓰겠다"는 것이 그것. 투수가 통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볼넷이다. "볼넷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주자가 없을 때 홈런을 맞으면 한 점만 내주면 되지만, 주자가 나가 있으면 실점이 늘어난다. 이런 문제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구계의 유명한 격언 볼넷은 투수를 죽인다를 되새겼다.
아시아 무대는 처음이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피츠버그)를 비롯, 여러 아시아 타자들을 상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상대한 아시아 타자들은 모두 컨택 능력이 좋았다. 삼진을 많이 당하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새로운 팀 동료 앤디 밴 헤켄도 그에게 비슷한 내용의 조언을 했다. "앤디도 이같은 타격 스타일에 대해 얘기해줬다.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파울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최대한 초반에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 컨택트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타자에게 10~12개씩 던지며 투구를 낭비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낯선 환경, 낯선 문화와 마주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는 "언어는 다르지만, 야구를 통해 동료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곳은 에너지가 넘친다. 훈련 때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훈련 중에 선수들이 농담도 많이 하고 그러는데 여기는 훈련할 때는 확실하게 집중한다"며 새로운 야구 문화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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