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보다 한 술 더 뜨는 프랑스 국민전선의 르펜
입력 2017-02-06 17:13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한술 더 뜨는 반(反)이민과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규모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르펜 대표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제2도시 리옹의 한 실내 체육관에서 가진 대선 출정연설에서 이민 제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보호무역주의 등을 토대로 만든 공약을 내걸며 세몰이에 나섰다. 그는 "이민 유입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프랑스 국민과 전통을 지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44개의 공약 중 이민 관련 내용을 보면 르펜 대표는 프랑스로 들어오는 이민자를 연간 1만명 수준으로 지금보다 80%를 감축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별세를 물릴 예정이다. 또 불법 이민자에 대한 의료보장 제공을 중단하고 무상교육 제도도 프랑스 국민들에게만 적용할 방침이다. 밀입국 이주민은 아예 프랑스 시민이 될 수 없도록 하고,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중 국적자들은 프랑스 국적을 박탈한 뒤 추방하는 등 시민권을 취득하는 절차도 까다롭게 손질한다.
르펜 대표는 "이슬람교 여성들의 베일, 이슬람 사원, 거리의 기도자들은 문화적 위협"이라며 "프랑스인들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멍에 속에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들의 기도회관을 폐쇄하고 혐오 연설을 하는 설교가들을 추방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최근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해 국제사회 비판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과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우선주의'를 내걸고 세계화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르펜 대표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EU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또 유로존을 떠나 프랑스 화폐인 프랑을 부활시키고, NATO 탈퇴도 약속했다. 이날 지지자 3000여명은 "프랑스! 프랑스! 이곳은 우리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열광했다.
이와관련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지난달 3~6일 유권자 180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르펜 대표는 1차 투표 선호도가 25%로 마크롱 전 경제장관(20.5%)과 피용 전 총리(18.5%)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다만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63%를 차지해 르펜 대표(37%)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일각에선 르펜 대표의 엘리제궁 입성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FT는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가 횡령 혐의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고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은 젊지만 정치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르펜 대표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처럼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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