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운용 NH무역사장 "농식품 수출길 `확` 열어…농가소득 5000만원 만들겠다"
입력 2017-02-06 15:51  | 수정 2017-02-20 13:43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활기를 띠던 국내 농식품의 대중국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농식품 수출 관련 기관들은 중국시장 동향 파악에 나서는 등 혹시 있을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식품이 현지 세관의 통관절차 지연 등으로 피해를 볼 경우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도를 시작으로 쌀과 삼계탕, 파프리카 등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며 수출 중국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농협도 사드배치 결정 이후 중국내 상황 파악으로 여념이 없다. 농협은 수출예정 물량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식의 피해는 미미할 것이란 입장이나 향후 농식품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 보다 치밀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올해 1월 '농식품 수출 중국통'인 정운용(사진)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상하이 지사장이 농협 자회사인 NH무역 사장으로 부임,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 사장은 1979년 aT공사로 입사해 35년동안 농수산물 식품유통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지난 2002년 북경 농업무역관장을 시작으로 연을 맺은 중국 농식품 수출 관련업무는, 이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김치·생막걸리·생우유·유자차' 등의 한국산 농식품을 처음으로 중국에 전파한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2003년 1월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광동성에서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될 때 건강식품 김치를 중국 현지로 전파한 장본인이다.
중국 정부가 전염병 사스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이전인 2013년 1월 정 대표는 aT와 업무협약을 맺고 있던 '중국상업연합회' 직원들과 북경 시내 소재 한국식당에서 신년하례를 겸한 저녁모임을 주최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중국상업연합회 직원들이 평소와는 달리 매운 생마늘을 찾아 먹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정 대표는 의아했다고 한다.
그가 그동안 지켜본 중국인들은 평소 생마늘은 물론 야채나 생선회 등을 날 것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잠깐의 놀라움을 뒤로 하고 중국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생마늘이 괴질, 즉 사스를 예방하는데 특효"라는 답변을 들었다.
'생마늘이 괴질을 예방한다?' 그 말은 듣는 순간, 정 대표의 머릿속에서는 '지금이 바로 한국 김치를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고 한다. 때마침 aT북경농업무역관의 지원으로 2002년 5월부터 한국의 '동원양반김치'가 중국으로 수입되고 있었다. 이를 활용해 마케팅을 전개하기로 한 정 대표는 수입업체와 협의하는 한편 본사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김치 판촉전 현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는 한국 김치를 무상으로 나눠준다'는 전단지를 제작해 돌리니 순식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 들었다. 이 같은 현상 자체가 뉴스거리가 돼 날로 소문은 퍼져갔다. 그해 4월 14일에는 영국의 The Financial Times가 '한국인이 사스(SARS)에 감염되지 않는 것은, 김치를 즐겨먹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회자됐다.
이후 AP통신, Reuters통신, CNN, 일본 아사히 등 해외 유명언론들이 이를 인용 보도함에 따라 한국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 아울러 중국에서도 광명일보, 해방일보 등이 이를 인용보도 하면서 한국산 김치를 찾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중국 인민일보 서울주재 특파원은 '한국 사람들의 김치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신문 1면에 대대적으로 김치를 소개, 이는 김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2004년에는 한국 김치 수출 역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는가 하면 2005년에는 미국의 건강전문지인 헬스(HEALTH)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사드 문제 등으로 중국 농산물 수출 시장 확대가 힘든 게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활용치 않으면 미래도 없다"면서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관시(關系·인맥)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중국 시장 판로 개척에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상하이 현지 법인에 이어 북경에도 오는 6월에 현지 법인을 설립, 이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또 베트남 하노이(2월)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3월)에도 현지 법인을 열어 일본, 중국, 미국에 한정돼 있던 수출 시장을 베트남, 유럽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는 그동안 파편화돼 있던 농협내 수출·입 관련 업무가 NH무역으로 모두 이전되는 원년이어서 정 대표의 역할이 더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니인터뷰-일문일답>
▲NH무역 일반인에 많이 알려진 회사는 아닌데
"농업인이 생산한 농식품을 수출해 국내 농식품 가격을 지지함은 물론 농업인이 필요한 고품질 농축산 기자재의 공급을 통한 농가소득에 기여하기 위해 1990년에 설립한 농협 최초의 자회사다. 1994년부터 수출 전진기지 구축 및 해외 마케팅 역량강화를 위해 미국(1994년), 일본(1999년), 중국(2011년)에 현지법인을 설립, 자체직원을 파견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파프리카, 멜론, 배, 사과, 포도 등 10여 개 품목이 국가전체 수출 점유비 1위 품목들이다.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농수산물 분야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주요 수출 품목은
"과일류는 배, 사과, 포도, 단감, 감귤 등이며 채소류는 파프리카, 멜론, 토마토, 버섯, 호박류, 양파 등이다. 가공식품은 유자차, 김, 액상차, 주스·음료, 김치, 삼계탕, 홍삼, 즉석밥류, 스낵류 등 100여 개 품목에 달한다"
▲농협 각 계열사의 수출·입 업무를 NH무역으로 모으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
"농식품 수출·입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남해화학이 하고 있는 비료 수출·입 업무를 농협무역에서 도맡아 할 예정이다. 또 농협사료와 농협홍삼 등의 수출·입 관련 업무에 대한 인수절차도 진행 중이다. 각 계열사의 조직과 인력 등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게 2~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NN무역 사업성과는
"진출장벽이 높은 중국에 즉석밥, 삼계탕, 쌀 등을 수출하고 일본에는 대형유통그룹과 제휴해 세븐일레븐 등 현지마켓에 가공식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활동으로 약 1억40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 전년대비 약 34%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 등으로 산업통상자원부·매경미디어·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한국유통대상 수출촉진·글로벌화 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NH무역의 내수사업은
"국내(농가 및 일반인)에서 필요로 하는 고품질 각종 농자재를 공급해 농가 생산비 절감에 기여하는 일과 농산물 수출 선별과정에서 일부상품에 대한 국내 내수시장 유통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내조달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스마트 농기자재들을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도입,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농식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농식품 수출은 짧은 유통기간과 검역협정, 비관세 장벽 등 장애요인들이 많다. 여기에 값싼 중국산, 미국산과 경쟁해야 해 쉽지 않은 분야임은 틀림없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농식품 브랜드 구축과 인지도 제고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지시장 및 한류 분석, 현지인 맞춤 식품개발(상온유통 가능 가공식품 개발 등), 관광·서비스 등과 접목한 6차산업, 스마트 팜 등을 접목해 돌파구를 찾아 나갈 방침이다"
▲조류독감으로 양계농가에서 비상이 걸렸는데
"정부 차원으로 미국에서 계란을 대거 수입하고 있는데 NH무역에서는 향후 미국, 스페인 등으로부터 병아리를 수입해서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 자체조사에 따르면 조류독감 등으로 향후 최소 13만 여마리의 병아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NH무역에서 주도적으로 공급해 볼 생각이다"
▲올해 중점 사업 목표는
"올해 수출목표는 2억 달러다. 또 해외 법인간 사업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신성장 동력발굴 사업확대를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앞당기는 한 해로 만들 것이다. 특히, 농협 수출공동브랜드 'NH-FARM'을 적극 육성해 최고의 농식품을 '한국 농가에서 세계인의 식탁까지 올리는' 대표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디지털뉴스국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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