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근혜 구하기` 나선 새누리, 한국판 국민전선 되나?
입력 2017-02-06 15:36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프랑스에는 국민전선(Front National)이라는 정당이 있다. 당 대표인 마린 르펜의 부친인 장 마리 르펜이 1972년 만든 극우 정당이다.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마리 르펜은 공약으로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내세워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요즘 새누리당의 움직임을 보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프랑스 국민전선이 연상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앞서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과의 일전 끝에 당권을 쥐고 대대적인 당 개혁을 외쳤다. 새누리당 전통 지지자 일각에선 한때 운동권에 몸담았던 인명진 위원장 영입에 극렬히 반대하기도 했다. 당이 좌클릭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명진호가 출발한지 40여일 동안 오히려 새누리당의 우편향적 색채가 오히려 강화되고 인적청산을 실종된 모습이 엿보인다. 황교안 권한대행 띄우기, 당명 개정 등 보수 표심을 의식한 행보가 노골적이란 얘기다.
잠잠했던 탄핵 반대 목소리도 당내 경선 레이스가 점화되면서 다시 커지고 있다. 경선 출마 예정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박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적이 없고 국민의 신의를 배신하지 않았다"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한 통치행위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유력 정치인이 탄핵 기각을 공개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 표심을 자극해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행보로 읽힌다.

친박 핵심들도 장외 활동을 시작했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이 지난 4일 열린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자 당장 도마에 올랐다. 인 위원장은 6일 이들에게 집회 참석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면서 "반성과 쇄신이 끝났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염려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론 경고성 발언이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보수결집 흐름을 만들기 위해 친박계 부활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돈다.
새누리당이라는 박근혜표 당명을 대체할 당명으로도 인명진 위원장이 제시한 '보수의 힘'이라는 노골적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보수'라는 단어를 거대 정당이 당명으로 쓰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을 대선후보로 띄워 보수 진영 표심을 자극하는 데도 인 위원장이 앞장을 섰다.
당내에는 지나친 우경화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지만 보수 결집을 통해 먼저 바른정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밀려 침묵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경제정책 쪽에선 재벌 견제 등 좌클릭 흐름도 있지 않느냐"며 "보수 표를 의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이 마냥 우경화될 것이란 전망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친박들의 장외집회 참석에 대해 "할 말 없다"며 입을 닫았다.
안보와 대북관을 대선 이슈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 정비를 마무리하고 나서 문재인 전 대표 검증을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며 "문 전 대표의 인식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로 잊혀졌던 참여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북측과 협의' 논란 등을 다시 꺼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관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얘기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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