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증 장애인교사 외면하는 경기도교육청
입력 2017-02-02 15:21  | 수정 2017-02-03 15:38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박모 교사(33)는 지체2급 장애인이다. 팔과 다리에 힘이 없어 휠체어에 앉아 출퇴근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중증장애를 앓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수업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박 교사는 안산교육지원청 지원 예산으로 학교가 채용한 근로지원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나 3월부터는 전면 중단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원 근거가 없다"며 안산교육지원청에 지원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증 장애인 교사도 지난해 도교육청에 보조인력을 요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 교사는 "도움 줄 분이 없으면 수업·식사·용변 등의 생활이 쉽지 않다"면서 "아이들과 지내는데 문제가 없는데 외부요인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경기도교육청이 박 교사를 비롯한 장애교사에 대한 지원을 외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소수 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져온 이재정 교육감 체제에서 벌어진 일이다.
2일 경기도교육청은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해 장애교사에 대한 보조인력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박 교사에게는 안산교육지원청이 여기 저기 남는 예산으로 2년 반 정도를 지원했지만 지원 근거가 미약해 예산부서에서 그렇게 쓰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2015년 9월부터 장애공무원 지원 근거가 마련됐지만 인사혁신처에서 교원은 (교육공무원법이 따로 존재해) 지원이 안된다고 들었다"면서 "현재는 근거가 없어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보호고용),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법(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장애인 공무원 인사관리 매뉴얼(근무환경조성)에서 장애인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무엇보다 장애인교사가 비장애인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은 채용 기관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교육청 외 다른 지역에서는 중증 장애교사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다.
시각장애인 교사를 채용한 인천시교육청은 임용 후 지금까지 보조인력과 수업 활동에 필요한 보조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장애교사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 조례 등의 근거는 없지만 장애교사에 대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학교 측에서 보조인력과 보조기구 등을 요청해 오면 지원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지원 규정이 없어도 지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대전 역시 장애교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전은 구미경 대전시의원이 발의한 시교육청 장애인공무원과 장애인교원 지원 조례 2건이 시의회를 통과해 수요조사와 지원 계획 수립, 전문기관을 통한 장애인 편의지원 사업 위탁이 가능해졌다. 장애인 교직원이 있는 사립학교에도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교부금 형태로 시·도교육청에 지원하는 교원 관련 예산에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돼 있어 그 안에서 장애인 교원을 지원하면 된다"면서 "시도교육청에서 구체적 근거를 마련하고 싶다면 조례를 제정하거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지원사업을 위탁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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